여성 BJ 살해한 고액 후원자 25년 징역형
고액 후원자와는 실제 만남 갖는 구조
여성 BJ 강력 범죄 노출될 확률↑
"이윤 창출하는 플랫폼이 책임져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여성 BJ를 대상으로 강력 범죄가 일어나면서 이들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이 안전 문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고액의 돈을 지불하면 무엇이든 자신의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 자체가 그릇된 성 상품화 문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4) 씨에게 징역 25년과 15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김 씨는 20대 여성 인터넷 방송인(BJ) A씨와 성관계를 하던 중 A씨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A씨에게 총 1200만 원가량을 후원했고, 올해 3월 초부터 만남을 이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김씨가 살인 전과가 있다는 점과 살인 이후 현장을 도망친 점을 고려해 중형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여성 BJ들이 이처럼 고액의 후원자와 따로 만남을 갖는 것은 인터넷 방송 문화상 굳어진 형태다. 이른바 '식사데이트', 줄여서 '식데'라고 불리는 이 행위를 통해 고액의 후원자는 실제 오프라인 만남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BJ에게 요구한다.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모욕죄 등에 그치지만 실제로 만남이 이어지는 경우 상해, 강간 등 물리적 폭력으로 변질된다. 이번 사건처럼 BJ들은 강력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법원의 인터넷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최근 2년간 일어난 BJ와 시청자 간의 사건을 살펴본 결과 BJ들은 다양한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3월 30대 인터넷 방송 BJ B씨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로 자신의 시청자인 C씨에게 강간을 당했다. C씨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B씨에게 입을 맞추고 옷을 벗기는 등 간음해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인터넷 방송 BJ D씨는 시청자 E씨와 개인적으로 만났다가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상태로 몰래 촬영을 당했다. E씨는 또 다른 플랫폼에서 해당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다.
시청자 F씨는 3000만원 상당의 후원을 약속한 뒤 여성 BJ에게 성적인 행위를 시키고 이를 몰래 녹화해 협박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방송 플랫폼이 여성 BJ를 통해 이처럼 고액의 후원을 이끌어내는 수익구조를 만들며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반면에, 안전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여성 BJ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BJ 방송 구조 자체가 후원하는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줘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보니 여성 BJ들이 쉽게 대상화된다"며 "그것이 방송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활동가는 이어 "이 사람을 내가 돈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권력욕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조장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할 텐데 여성 BJ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