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추모 차원 28년간 써온 연도 표기법
지난 13일자부터 관영매체 등에서 삭제돼
'통일‧민족' 삭제에 이어 '독자노선' 노골화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노동신문이 1면 제호에 표기해온 '주체연호'(主體年號)를 지난 13일자부터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핌이 노동신문 지면 PDF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2일자에 '주체 113(2024)년 10월 12일'로 실렸던 연도표기는 이튿날 신문에서는 '2024년 10월 13일'로 바뀌었다.
[서울=뉴스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1면 제호 밑에 김일성(전 국가주석)의 출생연도를 기원으로 한 주체연호가 표기돼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자부터 주체연호를 삭제하고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pdf 캡처] 2024.10.17 |
노동신문 인터넷 홈페이지는 12일자부터 서기 연도만 표기되고 있다.
민주조선 등 다른 관영 발간물도 마찬가지로 바뀌었고, 주간 영자신문인 평양타임스는 12일자부터 주체연호가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주체연호는 김일성 찬양 및 우상화 차원에서 그의 출생연도인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북한식의 연도표기 방식이다. 김일성 통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에서 따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김일성 사망 3주기인 1997년 7월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내각)이 공동으로 발표한 이른바 '김일성 동지의 혁명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일 데 대하여'라는 결정서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이를 계기로 '주체년호 사용규정'까지 만들어 주민들에게 이를 사용할 것을 강요해 왔고, 각종 문서와 출판‧보도물, 우표 등에 이를 표기해 왔다.
[서울=뉴스핌] 북한의 영자 주간신문 평양타임스의 1면. 지난 12일자 발간된 지면(위)에는 일주일과 달리 주체(Juche)연호가 빠져있다. [사진=평양타임스 지면PDF] 2024.10.17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이 체제 차원에서 지난 28년간 절대시 해온 주체연호를 폐기한 것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흔적 지우기를 노골화 한 것으로, 주체연호를 만든 아버지 김정일의 뜻까지도 외면하는 결정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하면서 한국을 '제1의 주적'으로 삼았다.
또 통일‧민족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평양에 세워진 김일성의 '3대헌장기념탑'을 폭파 방식으로 해체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출생‧사망일에 시신 참배를 하는 행사에 불참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주체연호 폐기는 김일성 흔적지우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