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이른 새벽 엉겁결에 사람을 밟은 뒤 뒤늦게 부상자를 발견했지만 지나친 운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백두선 판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5) 씨에게 벌금 300만 원과 1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경 오전 4시 46분쯤 교회 새벽 기도에 같이 참석하는 지인 B씨를 태우러 가던 중 좌회전을 하다 좌측 도로 가장자리에 술에 취해 누워 있는 60대 C씨의 다리를 밟고 지나쳤다.
강한 덜컹거림으로 뭔가를 밟고 지나간 것을 느낀 A씨는 잠시 차량을 멈췄지만 교통사고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고 다시 B씨의 집으로 향했다. B씨를 태우고 교회로 향하는 길에 A씨는 "오는 길에 내가 뭔가 덜컹하고 밟았는데"라며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마주친 사고 현장에서 C씨를 발견하고 나서야 "사람이었어?"라며 놀라 소리쳤다.
이와 같은 사고로 C씨는 16주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지만 A씨는 C씨를 발견했음에도 지나쳤다. 법원은 A씨에 대해 "교통사고 현장을 다시 지날 무렵에는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차의 교통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음을 인식했다고 판단한다"며 이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
다만 본래 공소가 제기됐던 도주치상 혐의가 아니라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판결이 내려졌는데, 이는 사고 당시 A씨가 C씨를 밟고 지나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어렵고, 회피하기도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은 사고 당시 A씨는 어두운 새벽이며, 도로 가장자리에 누워 있던 C씨를 발견하기 어려웠으며, 전조등이 제대로 비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전후 사정을 고려해 A씨에게 도주치상 혐의가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이 구호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았으나,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어떠한 범죄로도 처벌받은 적 없고, 교통사고가 피고인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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