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지자체 보육 인력 이관 방안 부족 지적
구체적 통합모델 부재…전시행정 비판
[서울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관리체계를 하나로 합치는 '유보통합'에 대한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유보통합 추진 초기부터 논란이 예상된 '교사자격' '예산 확보' 문제 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 및 교육 시설의 대부분이 사립 시설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했을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유보통합은 사실상 '민영화'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유보통합 계획을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제공=전교조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6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현장 교사를 외면한 유보통합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이른바 유보통합을 추진 중이다. 저출산시대에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는 대응 취지도 담겼다.
지난해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유보통합을 위한 발판도 마련됐다. 다만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등이 맡아온 업무·예산·인력을 교육청으로 이관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현장 교원들은 유보통합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다는 주장을 내고 있다. 유치원과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보장해 자격 체계를 분리해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앞서 2022년 발간된 육아정책연구소의 보육교사 자격증 발급 출신 학과 현황을 살펴보면 유아교육과 28%, 아동학과 14.7%, 보육학과 9.3%이며, 복지 관련 학과는 33.7%, 그 외 기타가 14.3%다.
가정·간호·식품·사회복지 등 복지 관련 학과와 기타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까지 특별양성체제를 적용해 0~5세 통합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교육부가 제시한 유보통합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운용 중인 1600여명의 지자체 보육 인력을 교육청으로 이관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다.
유치원 시설 개선에 대한 기본적인 예산 투입 없이 유보통합만 주장하는 교육부 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추가 국고 지원 없이 부서 통합으로 유아교육 여건이 개선되는 것처럼 '눈속임'하려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교육 하향평준화도 우려했다. '영유아학교 시범 사업'은 유치원의 성격을 흔들었고, '특별양성체계'는 교사 자격취득 요건을 완화시켜 결과적으로 유아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6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유보통합 계획을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제공=전교조 |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구체적인 통합모델조차 없는 시범사업은 전부 전시행정이자 국민혈세 낭비였다"며 "교육부는 지난해 연말 발표 예정이었던 유보통합 모델 시안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명선 전교조 유아교육위원장은 "교육부가 예산과 인력도 없는데 교육청과 유치원이 알아서 감당하라며 유보통합을 강행하고 있다"며 "예산도, 인력도, 사회적 합의도 부족한 졸속 유보통합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14년차 공립 유치원 교사인 김은미 전교조 울산지부 유아교육위원장은 "울산교육청은 최근 단설유치원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12시간 돌봄 운영하라며 돌봄 강사 채용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강사 채용이 되지 않거나 향후 인건비가 부족해졌을 때 대책은 교사가 투입되는 것 "이라며 비판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