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산업계에는 여전히 어둠이 짙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여서다.
오는 20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상황에서 정부 간 협상이 절실한 업역이 한두 곳이 아님에도, 정부 기능 상실로 사실상 산업계가 홀로 '트럼프 불확실성'을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산업부 김승현 차장 |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 6단체장(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전례 없는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신년사 키워드 역시 '위기, 위기, 위기'였다.
내수 기반이 약해 수출이 주력인 한국 경제에서 정부, 특히 대통령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대통령이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국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도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이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가 꿈꿨던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기반한 무역의 시대는 지나갔고, 세계 각국이 생존을 위해 철저히 자국 중심으로 기조를 바꾼 지 오래다.
정권을 막론하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기업 총수들이 '경제사절단'을 꾸려 동행하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우리 철강업은 이미 지난 트럼프 1기 때 이를 경험한 바가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미국은 수입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협상에 나서 관세 대신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약 70%인 268만 톤을 수출 최대 물량(쿼터)으로 적용하기로 하며 관세를 면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축약되는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이미 휘청거리는 우리 철강업계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쿼터를 줄이거나 혹은 쿼터를 없애고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할 경우 개별 기업의 대응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관세 폭이 커진다면 대미 수출량이 많은 현대자동차·기아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비해 미리 현지에 세운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운영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산업계는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어느 진영의 승리로 끝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빠르게 국정이 안정되어 여전히 남아 있는 불합리한 국내 규제를 제거하고 해외 무역의 물꼬를 터주길 바랄 뿐이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