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외국인, 강력범죄 범죄 피해자인 경우
경찰→출입국관리소 통보 면제
현장서는 오락가락…외국인 보호소로 인계하는 경우도
"무서워서 신고 안해" 피해 그대로 떠안기도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 지난 8일 몽골 국적 사르탁(가명)은 사기 피해를 신고하려고 서울의 한 경찰서에 전화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미등록 외국인인 그의 신분을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기 피해를 입을 경우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던 그는 겁이 나 자신의 피해 신고를 무기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16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미등록 외국인을 발견할 때 이들의 체류 상황을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해야 하지만, 몇몇 경우에 한해 예외를 둔다.
경찰의 경우 특정 범죄 수사시 미등록 외국인을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살인, 상해와 폭행, 과실치사상, 유기와 학대, 체포와 감금, 협박, 약취유인 및 인신매매, 강간추행, 권리행사방해죄, 절도와 강도, 사기와 공갈 등) 이러한 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질 걱정 없이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미등록 외국인이 범죄를 당할 경우 경찰에서 이들을 신고하지 않도록 돼 있지만, 오히려 경찰이 신고하거나 안내를 하지 못해 이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김아랑 뉴스핌 미술기자] |
경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법령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호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이해도가 높은 경찰도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직원들은 '불법체류자'라는 말만 듣고 외국인 보호소로 인계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정확히 안내되지 않는다면 범죄 적발은 요원하다. 최근 한국에 있는 몽골 커뮤니티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피해가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 관계를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는 사르탁은 자진출국 신청을 한 상태다. 자진출국을 신청하면 일반적으로 30일 안에 한국을 떠나야 하는 만큼, 피해 회복을 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상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지만, 이주민들은 내국인보다도 법조인 조력을 받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피해자를) 가급적 변호사와 연결하려고 하지만 우리도 모든 사건을 다 맡을 수는 없다"며 "피해를 받고도 외국인 보호소에 가서야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피해자인 미등록 외국인의 신원을 신고할 수 없도록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법안은 통보 의무 '면제'인 만큼 외국인 피해자의 불법체류 사실을 알릴지 말지는 순전히 공무원의 재량에 따른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해당 규정을 잘 모르거나, 출입국관리소에 피해자를 신고하더라도 관계자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최 변호사는 "(사건을 맡을 경우) 사전에 경찰과 얘기를 해서 조율하긴 하지만, 현재 경찰이 통보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통보를 아예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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