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도 2월 중 MRO 사업 참여
비전투함 경쟁 치열하고 마진 낮지만 시장 확장성 높아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나선다. 현재는 규제 등의 한계로 비전투함 MRO에만 참여할 수 있고 미국 본토 대비 수익성은 일부 낮을 수 있지만 연계 시장 창출, 안정적인 매출의 기반인 MRO의 중요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
◆현 MRO 사업은 비전투함이 대부분…후속 시장 발판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2월 중 미 MRO 사업 입찰에 처음 참여한다. 올해 최대 3건의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HD현대중공업은 4~5도크를 활용해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국내 중소 조선소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MRO 사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속되는 비전투함들이 대부분이다. 입찰 방식은 최저가 입찰제로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은 모든 조선사들이 경쟁하는 오픈 비딩 시장이다. 경쟁률이 낮고 상대적으로 실제 군함 비율이 많은 본토 MRO 사업보다는 선박 규모도 작고 경쟁률이 높은 현재의 MRO 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순 있다.
MRO 시장이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떠오른 이유는 시장 확장성 때문이다.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잠수함이나 함정의 운영 기한은 최대 40년으로 주기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즉, 잠수함 한 척 당 수많은 후속 시장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MRO 시장 진출로 브랜드를 알리고 나면 군함 수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또한 건조보다 사업 진행 기간이 짧아 조선업 사이클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매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MRO 사업 특성상 신조처럼 스펙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실제 조선소에 입항한 후 새롭게 발견되는 정비 요소가 많아 수정 계약에 대한 자유도가 높다"며 "도크를 활용한 정비 사업의 경우 대형 도크가 있는 조선소로 한정돼 있어 비교적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이 2024년 8월 수주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이 거제사업장에 입항해 정비를 받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
◆HD현중도 미국 진출 검토…미국서 경쟁 이어질까
이에 그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던 HD현대중공업 미국 현지 거점 투자 검토를 포함해 수주를 통해 미 MRO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일 2024년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트렌트 역시 현지 건조 요구가 많아 도면과 자재를 조달하고 생산 기술을 이전하며 현지 조선소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방향성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일찍이 미국 본토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현지 진출을 먼저 준비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지난해 두 차례 MRO 사업 수주를 완료했다.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MRO 사업을 수주하고 지난 11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본국으로 인도된다.
올해는 5~6척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현지 조선소를 가지고 있는 한화오션이 앞서고 있긴 하지만 필리 조선소는 MSRA를 다시 체결해야 하며 군함 MRO 수주는 미국 내 라이센스 획득, 관련 규제 완화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비전투함 위주의 MRO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전투함 역시 전투에 필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