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 절차가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다. 현실에선 탄핵 인용·기각을 두고 시끌시끌하고, 온라인에선 출처를 모르는 소위 '받글'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만은 조용하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넘어온 순간 헌재는 속도전에 들어갔다. 변론기일은 매주 화·목요일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증인신문 시간도 제한됐다. 물론 증인신문이라고 해서 마음껏 시간을 줄 순 없지만 반론을 해야하는 대통령 측에선 다소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변론 과정에선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일부 침해되는 모습이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이같은 문제는 헌재의 속도전 기조에 묻혔다.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 때문인지 하루빨리 결론만 내면 된다는 인식이 사회 곳곳에 팽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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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현구 기자 |
하지만 빠르게 돌아가던 탄핵 시계는 변론 종결과 함께 멈췄다. 사실상 4월 선고로 넘어간 상황에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변론 기간과 평의 기간이 엇비슷해지는 다소 어이없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헌재의 '신속'은 사건 전체가 아닌 변론에만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재판부는 약 두 달간 17차례 변론을 진행한 뒤 단 11일 만에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해도 더 많은 변론, 그리고 선고까지 훨씬 더 짧은 시간이 걸렸다. 충분한 변론으로 사건을 들여다본 뒤 빠른 판단까지 내놓은 것이다. 이것이 속도전이다.
헌재의 '숙고'에 재판부 이견은 확실하고 재판부가 일치된 의견을 내놓기 위해 평의를 계속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재판부의 의견이 왜 일치해야 하는지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재판부 사이에 대화가 없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견 조짐이 있었고 재판부가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싶었다면 변론을 더 진행해 더 많은 증인신문을 진행해도 됐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윤 대통령 측은 덜 억울했을 테고, 어느 쪽이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사람도 지금보단 많았을 것이다.
헌재가 평의를 오래하고 싶어서 변론을 빨리 끝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이야 어쨌든 헌재는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론을 내놓고 달리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신속하게 변론을 진행하던 재판부, 그리고 한 달째 평의만 하는 재판부가 같은 재판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매주 선고, 변론, 선고를 돌아가며 진행하는 것도 마치 '우리 일은 하고 있어요'라고 변명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도 물론 매우 중요한 지위지만, 대통령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애초 헌재도 이 생각으로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
법정에선 '존경하는 재판관님'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재판관은 그만큼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고,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른다. 윤 대통령 사건 선고가 늦어지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곳도 아닌 헌법재판관이라는 책무를 짊어졌다면 무엇이 우선이고 어떤 방향이 옳은지 판단하고 책임질 필요가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