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기업 파산보호 신청건수 15년래 최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 불안감이 빠르게 고조되는 가운데, 이미 올해 1분기 미국 대기업의 파산 건수가 역대급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10일(현지시간)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올 1분기 동안 총 188건의 대기업 파산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1분기 기록한 254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에는 139건의 대기업 파산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직후부터 쏟아낸 관세 발표를 두고 시장 불안감이 점증하면서 전문가들은 관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전에 미국인과 기업들부터 먼저 쓰러질 것이라며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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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21 뉴욕 타임스퀘어 매장에 '폐점' 안내 문구가 걸려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법원의 보호를 신청한 기업 중에는 미국 포에버 21 운영사(F21 OpCo)와 일부 미국 자회사, 포에버21(Forever 21) 미국 소매 운영사를 보유한 기업, 캐나다 통신 솔루션 기업 미텔 네트웍스, 영화 제작사 빌리지 로드쇼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포함됐다. 유전자 검사 회사 23앤드미(23andMe)와 레스토랑 체인 후터스도 지난달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S&P는 "특히 재무 상태가 취약한 기업들이 부채 만기가 도래하고 발행 당시보다 높은 금리로 재융자를 받아야 하는 등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에 반복 파산을 신청한 기업 수는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는데, 관세 이슈로 인해 올해도 기업 파산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목소리를 자제하던 월가 거물들은 최근 상호관세 발표 이후 시장 공포가 극대화하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기 시작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가 빌 애크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90일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이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면서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애크먼은 미국을 불리하게 만든 글로벌 관세 체제를 바로잡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100% 지지하지만 비즈니스는 "신뢰에 기반한 심리 게임이며, 그 신뢰는 믿음에 의존한다"면서 미국은 지금 그 신뢰를 잃을 위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붕괴가 일어나면, 신규 투자는 중단되고, 소비자들은 지출을 멈추며,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투자를 축소하고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피해는 대기업만 겪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억만장자로 헤지펀드 회사 시타델을 운영하는 켄 그리핀도 관세를 거대 정책 실수라고 비판하며 "중산층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식료품, 토스터, 진공청소기 등을 구입하는 데 20%, 30%, 40%의 비용이 더 든다"며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