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LS 취약한 지배구조 노출
조원태 회장 한진칼 지분 5.78%
호반은 계열사 동원 18.46% 확보
LS는 구자은 회장도 3% 호반도 3%
투자목적·경영권 확보 동시 해석 가능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LS그룹 지주사인 ㈜LS의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반그룹의 세력 확장은 재계 전반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진·LS그룹 모두 총수 일가의 개인 지분율이 낮고 특수관계인 지분이 분산된 구조로, 외부 세력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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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사옥 전경 [사진=호반그룹] |
◆한진·LS 경영권 위협하는 호반
15일 현재 한진칼과 ㈜LS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호반그룹의 존재감은 단순 재무투자 수준을 넘어선다.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9인의 지분율은 19.96%다. 조 회장 본인의 지분은 5.78%다. 반면 호반건설과 계열사 2곳이 보유한 지분은 총 18.46%다. 호반건설만 11.50%를 가지고 있고 호반호텔앤리조트 6.81%, 호반이 0.15%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 전체 지분이 조 회장 개인보다 3배 이상 많고,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과도 1.5%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호반이 '캐스팅보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호반은 과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팬오션으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등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호반호텔앤리조트를 이용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 지분율을 18.46%까지 늘렸다.
호반의 지분 매입 목적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 분위기는 경영권 확보 시도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의 든든한 우군인 델타항공이 14.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0년 출범한 스카이팀의 창립 회원으로, 조인트벤처(JV)를 맺고 강력한 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델타항공은 조 회장 측에 서면서 경영권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산업은행(10.58%)도 일단은 한진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조 회장 측 지분(19.96%)에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의 우호지분을 합산할 경우 45.44%까지 높아져 지배력이 공고하다는 분석이다.
㈜LS도 구조는 다르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자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5인의 지분율은 합산 32.11%에 달하지만, 총수 일가 지분은 대부분 1~3% 수준으로 쪼개져 있다. 구자은 회장이 3.63%, 구동휘 LS MnM 부사장이 2.99%, 구자용 LS네트웍스·E1 회장이 2.40%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호반그룹이 시장에서 ㈜LS 지분 3%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반의 이 같은 행보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경영 참여 여지 확보' 혹은 '중장기적 영향력 확대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 개인 지분이 낮고 가족 지분이 분산된 구조에서는, 2~3%만 확보해도 경영권 방어 또는 위협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정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후 상황에 따라 사외이사 추천이나 주주제안 같은 수단을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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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항공편들이 이착륙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투자 목적으로 '쏠쏠'...한진·LS, 동맹 굳히며 '경계 강화'
중견 건설사로 출발한 호반그룹은 최근 금융, 신사업, 투자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올해 자산 기준 대기업 순위 35위에 올랐다. 한진은 12위, LS는 15위다. 호반그룹이 한진칼과 LS 지분을 사들이는 공식적인 입장은 "단순 투자"다. 건설업 중심인 호반그룹이 향후 불황을 대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가치는 15일 기준으로 약 1조5000억원이다. ㈜LS 지분 가치는 3%만 계산하면 약 1400억원이다. 앞으로 한진과 LS그룹에서 경영권 확보나 계열 분리, 매각 등의 이슈로 지분 확보가 필요할 때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문제는 호반그룹이 한진·LS그룹과 모두 관계가 껄끄럽다는 데 있다. 호반그룹이 과거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을 만큼 항공산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호반 계열인 대한전선과 LS 계열인 LS전선이 특허 분쟁 등으로 치열한 장외전을 벌였을 정도로 불꽃이 튄 바 있다. 지분 확보 목적에 경영권 확보를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한진그룹과 LS그룹은 항공우주사업,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성장동력을 함께 발굴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과 LS의 이번 업무협약을 호반그룹에 대항하는 '반호반' 동맹의 성격으로 보고, 상호 지분 인수 등 공동 대응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