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채 발행 속도, 일부 낙찰금리 12월 수준
정책금리 인상, '단기금리' 민감 채무 비용 누증
내년 대선 앞두고 재정·정책 예측 난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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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금융시장 '증세 소란극'…인내심 국면①>에셔 이어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달 브라질 장기물 국채는 '미국 바깥'으로의 투자 흐름에 의해 수혜를 누렸던 올해 초순과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10년물 금리는 5월9일 13.79%에서 연중 저점을 찍고 다시 14%를 넘어서 현재 14.19%다. 6주 전 방향을 전환해 현재까지 40bp 뛰어오른 셈이다. ①인플레이션 현상의 고착화 염려 ②과도한 속도로 지적되는 국채 발행에 의한 물량 부담감과 재정 우려가 반영됐다. 같은 기간 달러당 헤알화 가치는 5.66헤알 부근에서 등락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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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좌)과 페르난도 하다드 재무장관 [사진=블룸버그통신] |
국채 금리의 방향성에 변화를 준 것은 ②다. 브라질 정부는 1분기에만 4369억헤알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런 분기 속도라면 당초에 계획해 둔 연간 한도를 초과한다고 한다. 또 물가연동국채 발행액 917억헤알로 전년 동기 293억헤알의 3배를 넘었다. 나아가 지난달 물가연동국채 입찰에서는 3년 만기 낙찰금리가 8%를 넘어서 작년 12월 재정 불안 때와 유사 수준이 됐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호날두 파타 전략가는 "12월의 실질금리는 놀랍다"며 "호세프 정부 시절의 정점"이라고 했다.
이달 7일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2006년 8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인 14.75%로 50bp 올린 점(6차례 연속)도 채무 구조를 둘러싼 염려를 더 했다. 공공부채의 62%가 단기금리 변동(정책금리 연동이거나 12개월 내 만기 도래 등)에 민감한 구조로 돼 있고 물가연동국채 발행을 통한 조달도 적지 않아 정책금리가 추가 인상되거나 물가가 상승하면 채무 비용이 누증한다. 관련 비율은 2008년 이후 최고치다. 로이터통신의 이코노미스트 설문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중 정책금리는 15%로 추가 인상되고 올해 관련 수준 유지가 전망된다.
*지난해 브라질의 재정상태를 둘러싼 우려는 작년 12월 최고조에 달했다. 12월 중순 달러당 헤알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 6.3헤알로 떨어져 연초 대비 약 27% 낙폭의 기록을 썼다. 또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12월 4.8%를 넘어섰다. 12월 통화 가치 급락과 시장금리 급등으로 표현되는 불안감이 정점에 달했다. 다만 10년물 금리는 올해 1월 하순 15%대까지 더 나아가 2016년 3월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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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BM&F 보베스파 증권거래소 플로어에서 시세 현황판을 가리키는 남성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헌법상 의무지출(연금, 의료 등)이 95% 비중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재정 문제는 오래된 화두이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의 GDP 대비 재정적자 추정치는 8.5~8.6%로 세계에서 볼리비아 다음으로 2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또 순수하게 이자만으로 지급하는 금액이 GDP의 6%에 달해 신흥국 평균의 3배에 해당한다.
◆"예방적 포석"
브라질 정부의 1분기 대규모 국채 발행에 대해 일종의 '예방적 포석'이라는 설명이 있다. 작년 말 시장 혼란으로 감소한 완충 유동성 복원, 또 내년 대선 국면발 시장 리스크에 대비한 선제적 부채구조 조정의 일환이라는 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입찰 결과에서 금리 수준이 높아진 것을 두고 급해진 자금 사정이 반영됐다고 했다. 통상 완충 유동성은 미래의 비싼 자금조달 비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금리 수준이 낮았을 때 축적해야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12월 당시와 같은 불안 국면은 아니라고 해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제든 시세가 요동칠 수 있는 불씨가 남은 만큼 투자자들에게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브라질 국채가 세계 주요국 중에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는 하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과 정책 변수의 예측 난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시장금리와 환율 급변동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능동적인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 자세가 필요한 셈이다.
시야를 대선 후까지도 내다보는 자세도 요구된다. 과거 통상 브라질 국채와 헤알화는 대선이 끝나고 안정화 양상을 보이거나 강세 패턴을 보였다. 대체로 선거발 불확실성 해소라는 단기적인 판단에 의한 현상이지만 길게는 '허니문 효과'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차기 정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개월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맥쿼리퓨처스의 티에리 위즈먼 전략가는 "[일단] 룰라 정부가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시장의 인내심을 몇 번이나 시험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