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롯데지주, 올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서 신용등급 동반 하향
롯데물산·캐피탈·건설 등 다수 계열사도 중·단기 신용등급 일제히 강등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 강등됐다. 롯데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락이 그룹 계열사의 신용도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잇따른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그룹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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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
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과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달 30일 발표한 '올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에서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의 상반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됐다. 기업어음 신용등급 역시 A1에서 A2+로 하락했다.
롯데물산과 롯데캐피탈 역시 신용등급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두 회사의 상반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강등됐다. 기업어음 신용등급 역시 A1에서 A2+로 하락했다. 롯데캐피탈은 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한 단계 하향 변경됐다.
앞서 롯데건설도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신평사들은 지난 18일 롯데건설의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0(안정적)로 일제히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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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
이처럼 롯데그룹 계열사 신용도 하락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롯데케미칼이다. 신평사들은 일제히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한기평은 "최근 3년간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전사 영업적자가 지속됐다"며 "본원적인 영업현금 창출력 회복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무 커버리지 지표의 유의미한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9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3477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12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롯데케미칼은 그룹 계열사들의 '백기사'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에도 롯데케미칼은 5000억원, 롯데정밀화학은 3000억원의 자금을 직접 대여하며 그룹 내 '위기 방파제'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황 부진 속 수익성 급감으로 롯데케미칼의 계열사 지원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다수의 롯데 계열사의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신평은 "롯데케미칼의 등급 조정에 따른 롯데지주의 통합기준 신용도와 롯데그룹의 유사 시 계열 지원 가능성 판단 변화를 반영해 롯데지주와 롯데물산, 롯데캐피탈의 중·단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은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사의 신용도 결합 가중치를 적용해 평가된다. 신평사들은 4개사의 결합 가중치를 통해 산출된 롯데지주의 자체 신용도를 AA-로 평가했으나, 롯데케미칼의 영업 적자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최종 등급을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로 결정했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에 따라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조달 금리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롯데지주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이자 비용 상승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용등급 조정에 따른 자금 조달 금리 상승은 불가피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조 환경 등을 고려한다면 이자비용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롯데지주의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 및 예금, 미사용여신한도는 1조원 이상으로 회사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