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급락에 투자심리도 '꽁꽁'
관세·소비 둔화에 하반기 돌파구 '안갯속'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하반기 경기침체 그림자가 본격적으로 드리우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소비 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투자심리마저 위축되는 양상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분기 들어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1분기 선주문 효과로 깜짝 호실적을 냈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경기 침체와 관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실적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하반기에는 투자까지 움츠리며 경기 급랭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분기 모두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79조1405억원, LG전자는 22조7398억원이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 여파로 주요 유통 채널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선주문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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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제공] |
기업들은 선주문 효과가 끝나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악화를 우려했고, 실제로 현실로 이어졌다. 8일 삼성전자는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의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56% 가까이 줄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날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전자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넘게 감소한 6391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고강도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철강·알루미늄 등 원자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탁기·냉장고 등 주력 가전에 최대 50%에 달하는 철강 파생 관세가 붙으며 제조원가가 크게 뛴 결과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4월 5일부터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괄 관세를 적용했다. 이어 지난달 23일부터는 냉장고·건조기·세탁기 등 가전에 사용되는 철강 파생제품에 대해 무려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추가로 매겼다.
관세 리스크와 경기 침체는 기업 투자심리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OECD 산하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가 최근 36개국 주요 경제단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경영환경이 좋다'고 답했던 비율이 78%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16%로 급락했다.
물가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응답국 55%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작년보다 높아질 것이라 봤다. BIAC은 "보호무역과 무역장벽이 세계경제에 구조적 위험을 키우며 기업 투자심리를 크게 꺾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함께 고금리, 유럽 경기둔화가 겹치면서 수요 회복이 더디다. 기업들은 특히 1분기 AI 서버 수요를 앞당겨 선주문 받은 효과가 소진된 이후,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기업들에 예측 불가능성을 더했다.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 CEO들도 "관세 불확실성이 투자와 사업 계획을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관세 부담까지 가중되자, 하반기 신규 투자에 한층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에는 재고를 채우려는 선주문 수요 덕분에 실적이 좋아 보였지만, 그 효과가 빠지자 본격적인 경기 급랭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하반기는 관세와 소비 둔화가 더 뚜렷해져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