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오는 10월 실시되는 체코 총선을 3개월 반 정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제1야당 긍정당(ANO)의 안드레이 바비시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집권할 경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올리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러시아와 가까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이 유럽 전체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나 입장을 내세워 유럽의 통합이나 단결된 힘의 발휘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안티 세력에 체코가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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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긍정당(ANO)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체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라며 "누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5%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 트럼프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라고 해도 나는 뛰어내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존경하지만 국내 사회복지 지출을 우선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토 정상들은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오는 2035년까지 32개 모든 회원국이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올리자고 합의했다. 체코는 당시 이 회의에 페트르 피알라 총리가 참석했다.
바비시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강하기 때문"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것은 큰 실수였지만 러시아의 위협은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 예산이 나토의 13분의 1도 안되는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1km도 전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어 "우리 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항공기와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며 체코가 주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제3국 탄약 구매 프로젝트도 즉각 중단하겠다"고 했다.
FT는 "EU에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의문을 제기해 온 바비시 대표의 경고는 러시아의 침략과 트럼프의 요구에 대응해 재무장에 나서고 있는 EU의 방위력 증강 노력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비시 대표는 자신이 친러·친푸틴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푸틴과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정치인으로서 러시아에 간 적도 없는데 집권 여당과 피알라 총리 측이 거짓 주장을 하며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비시는 체코 최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아그로페르트의 소유주로 포브스는 작년 2월 그의 순자산이 35억 달러(약 4조8500억원)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2011년 국가 정치 체제의 부패와 낡은 병폐에 맞서겠다며 긍정당을 창당했으며 2017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 2021년 불신임 투표로 물러날 때까지 체코 총리로 재직했다.
포퓰리즘 성향인 데다 체코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미디어·화학 재벌이어서 '프라하의 트럼프'로도 불린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 긍정당은 꾸준하게 3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현집권 여당보다 10%포인트 안팎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