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부, 관세 합의 추진에도 소비자들 등 돌려
"관세 합의 후에도 미 기업에 영향 줄 가능성"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등 주요 정책에 대한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여겨지는 캐나다와 유럽인들의 반감이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이 미국 정부와 관세 합의를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최근 분기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처음으로 미국 여행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그 결과 55%의 응답자는 여행 목적지로 미국을 피하고 있으며 미국 여행을 하더라도 덜 소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국내 여행에 더 큰 지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EU에 '관세 서한'을 보내 내달 1일부터 각각 35%와 3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캐나다와 EU는 관세 부과 전 협상 타결을 추진하면서도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응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산 재화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캐나다 소비자들의 약 65%는 미국산 재화 구입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1분기 55%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소매 데이터 컨설팅 회사 던험비에 따르면 캐나다산 제품을 구매하자는 '바이 캐나다' 운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으며 71%의 캐나다인은 올해 미국산 제품 구매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식품과 주류를 중심으로 캐나다에 대한 미국산 제품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는 두 번째로 많은 미국산 식품이 수출된 국가로 해당 수출액은 284억 달러에 달했다.
BoC 설문조사에서 익명의 한 응답자는 "나는 당분간 미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거기서 내 돈을 쓰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친구들도 있고 미국 자체는 좋아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응답자는 "우리 공동체에서는 지금 캐나다산 제품을 사자는 다양한 압력이 있다"며 "하지만 결국 나는 내 지갑 사정에 맞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유럽에서도 비슷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44%의 유럽인들은 미국 브랜드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차량의 판매가 유럽에서 지난 5월 28%나 급감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국 여행을 취소하면서 미국 경제는 올해 125억 달러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일부는 무역 긴장이 완화되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관세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미국 기업들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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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네이선 필립스 광장에서 캐나다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및 기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3.29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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