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농업 및 유제품 개방은 일본의 자동차 양보보다 더 민감한 문제"
"美·인니 협정, 미국에 유리하고 인니 지위 훼손시켜"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와 미국 간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일본 등 다른 무역 상대국에 비해 인도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 시간) 인디아 투데이에 따르면, 인포메릭스 밸류에이션 앤 레이팅스 경제학자 산카나트 반디오파디아이는 "미국이 인도 및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면서 특정 부문의 이점을 확보하려는 보다 광범위한 전략을 반영한다"며 "일본은 자동차 부문 협상에 있어 유연할 수 있지만 인도에 있어 농업 및 유제품은 정치적 상징성이 큰 매우 민감한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디오파디아이는 "미국 관세의 표적이 된 부문의 경제적·사회적 중요성으로 인해 인도는 더욱 취약한 입장에 처해 있다"며 이로 인해 인도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보다 더욱 강경한 태도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전략적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관점도 있다.
인바셋 자산운용의 사업 책임자인 하샬 다사니는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미국의 이중적인 입장"이라며 미국이 선별적인 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을 언급했다.
그는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석유를 수입하고 있고 브릭스(BRICS) 회원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에 미국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은 인도와 중국 모두를 견제할 여유가 없다. 미국이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미룰수록 인도·중국·러시아는 더욱 가까워질 것이고, 이는 미국에 지정학적 악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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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인도가 인도네시아와 같은 불리한 협정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싱크탱크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인도네시아 간 합의는 미국에 매우 유리하다"며 "인도네시아 시장을 개방하고 국내 규제를 약화시키며 세계무역기구(WTO) 내 인도네시아 지위를 훼손한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날 관세 협상을 타결지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수출하는 자동차·농산물·의약품에 대한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율을 32%에서 19%로 13%포인트 낮췄다. 인도네시아는 또한 227억 달러(약 31조 1285억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 구매에도 합의했다.
GTRI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으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자국의 산업·식품 안전·디지털 공간을 보호해 온 주요 국내 규정을 포기해야 했다"며 "인도 또한 농업 및 유제품 시장 개방·유전자변형 사료 수입·디지털 무역 및 제품 표준에 대한 미국 규칙 채택 등 (인도네시아에 대한) 유사한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GTRI는 "이는 인도의 경제 관리 및 공중 보건 보호, 지역 산업 지원 등 장기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인도네시아와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