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과 협약채권 연장 합의
부채 및 금융비용 부담 증가...영업활동현금흐름 등 불안정
조선업 성장 전망..."잔여 인천북항배후부지 등 매각 고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HJ중공업이 올해 6월 만기가 도래한 채권단 협약채권 계약을 연장했다.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당장 수천억원대 차입금을 상환하기엔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HJ중공업은 조선부문의 약진과 건설부문의 꾸준한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세가 전망된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신뢰를 얻어낸 모습이다. 다만 영업이익 대비 과도한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채무 해소가 재무건전성 확보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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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채권단 협의 내역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산업은행 등과 협약채권 연장 합의...3024억원 규모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HJ중공업은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과 협약채권 연장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24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던 약정기간이 올해 6월 26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로 변경됐다. 협약채권 규모는 총 3024억원이다. 이는 2016년 HJ중공업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당시 채무 동결된 채권이다. HJ중공업은 앞서 채권단과 계약의 만기를 여러 차례 연장한 바 있다.
HJ중공업은 2016년 조선업 불황 여파로 금융권 채무가 1조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산업은행 등 8개 채권은행들이 신청을 받아들이며 같은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자율협약)가 시작됐다. 이후 채권단은 보유 주식 총 5283만주의 공동 매각을 추진했고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해당 주식과 필리핀 금융기관 보유 지분을 매수하면서 자율협약이 종결됐다.
채권단 관리체제는 졸업했으나 아직 채무 규모가 상당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HJ중공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영도조선소 등 토지를 담보로 빌린 1872억원에 대한 상환 의무가 있다. 또 ▲신한은행 87억원 ▲부산은행 79억원 등 차입금을 2026년 6월 30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이들 대출은 자율협약 체결 전 실행된 것들이다. 이외에도 ▲건설공제조합 457억원 ▲자회사 HIL제7차 450억원 등 채무가 존재한다.
지난해 실행한 단기차입금(3817억원)의 규모가 올해 2822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이를 전체 부채의 감소로 보기는 어렵다. 장기차입금이 250억원에서 684억원으로 늘었다. 부채총계도 지난해 말 1조86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9415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자본총계(3436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올해 2분기 기준 HJ중공업의 부채비율은 565%에 달한다. 만기구조 조정 등으로 단기 상환 부담이 줄었지만 여전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 증가세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도 커졌다. HJ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금융비용은 292억원으로 전년 동기(284억원) 대비 지출이 확대됐다. 특히 이자비용이 190억원으로 전체 금융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상반기 영업이익(108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자회사 HIL제6차,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실행한 대출에 대한 이자율은 8%에 달했다. 올해 은행권 대출에 대한 이자율이 5~7%대로 상당 부분 하향 조정됐으나 여전히 이자비용 지출이 적지 않다.
◆ 조선업 약진...건설업도 실적 회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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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 재무 상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이런 상황에서 HJ중공업은 차입금 상환 대신 만기 연장을 택했다. 이는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현금 여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HJ중공업의 현금보유 및 현금성자산은 2023년 말 3502억원에서 지난해 말 2071억원, 올해 상반기 1702억원으로 축소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864억원, 올해 1분기 -1027억원 등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올해 6월 말에야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사업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전통적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해온 건설부문이 업황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HJ중공업 실적의 반등을 전망하고 만기 연장에 응한 것으로 추측된다. 2023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조선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신조선과 경비함 등 특수선의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다. 특히 최근 한국과 미국 정부가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합의하면서 HJ중공업이 공들여온 미 해군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부문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의 재무 구조는 안정적이지 않지만 향후 일부 부채가 매출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점도 채권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조선업은 신규 선박 수주 시 수령하는 선수금이 부채에 포함된다. HJ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 실적이 전년 대비 300% 증가한 1조7500억원을 달성하면서 선수금이 함께 증가했다. 실제 상반기 유동부채의 40% 가량 계약이 완료됐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계약부채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년 내 선박 인도 후 부채에서 매출로 전환될 예정일 선수금 규모는 1101억원이다.
건설부문도 정비사업을 꾸준히 수주하며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건설부문은 올해 ▲제주 노형세기1차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 ▲부산 연산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의정부역2구역 재개발정비사업 등을 수주했다. 건설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545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224억원으로 축소됐으나 지난해 집중 수주한 관급공사들의 매출이 점차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해 확보한 정비사업 시공 일감으로부터 향후 공사비 회수가 이뤄진다면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협약채권 연장에 대해 "그간 지속적인 차입금 상환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대폭 축소해 왔으며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있어 적정수준의 차입금 유지 및 금융기간의 차입 한도 확보는 불가피한 요소"라며 "현재 수준의 차입금 유지가 적정하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각 채권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협약채권 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향후 재무 관리 전략에 대해서는 "향후 잔여 인천북항배후부지 등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며 "적정 수준의 차입금 관리를 통해 회사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함께 금융기관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여건과 사업추진 상황을 고려해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장 또는 점진적 상환을 통해 재무건정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