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과 인도가 반도체를 축으로 한 경제안보 협력에 나선다. 양국은 29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협력 틀을 마련하고 기업 간 연계를 후원하는 10년간의 행동 계획을 채택할 방침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 '경제안보 협력 이니셔티브' 합의
29일 방일하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에 나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반도체와 광물 자원 등을 중점 분야로 하는 '경제안보 협력 이니셔티브'에 합의할 예정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는 중요한 물자 조달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국이 제도적으로 협력 기반을 다지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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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기업들의 인도 진출도 활발하다. 도쿄일렉트론은 7월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개발 거점을 세우고, 9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반도체 제조장비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며, 2027년까지 인력을 300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도쿄일렉트론은 인도 타타 그룹과 인재 육성에서 협력 중이며, 이시바 총리와 모디 총리는 회담 다음 날인 30일 미야기현에 있는 도쿄일렉트론의 고객 연수 시설을 함께 시찰한다.
천연가스 제조업체 에어워터는 뭄바이 등 3곳에 산업용 가스 공장을 신설한다. 반도체 세정·건조 공정에 필수적인 질소 등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인도 동부에서 착공한 공장과 합쳐 약 500억엔(약 4700억원)을 투입해 2027년도까지 가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닛폰익스프레스홀딩스(NXHD)는 2026년 이후 인도 3개 도시에 반도체 보관 전용 물류 거점을 마련한다. 도로 사정이 열악한 현지 환경에 맞춰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트럭을 확보하는 등 물류망 정비도 병행한다.
토와(TOWA)는 4월 하리아나주에 영업 거점을 신설했고, 후지필름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인도 서부에 반도체 소재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 고성장 기대되는 인도 반도체 시장
인도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9년 현재의 두 배인 829억달러(약 11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해외 기업들도 인도 현지 생산에 나서면서, 장비와 소재 수요 확대를 겨냥한 일본 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생산을 떠받칠 전력 인프라 구축도 병행된다. 인도 정부는 발전소·변전소 정비를 추진 중이며, 일본의 JFE스틸은 변압기용 고급 강재 생산능력을 2030년도까지 현지에서 7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를 위한 조치로, 반도체 산업 기반 확충과 직결된다.
특정 국가·지역에 중요 물자를 의존할 경우 긴급 사태 시 공급망이 단절될 위험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각국이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가운데, 일본과 인도는 상호 보완적 경제 관계를 활용해 협력을 심화하는 길을 택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 모두에게 "중국에 치우치지 않는 공급망"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할 전략적 수단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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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NHK 캡처]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