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전용 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3일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일본의 정보기관 등을 인용해 "김정은이 탑승하는 전용 열차에는 특수 장비가 갖춰져 있으며, 이번에도 건강 상태 등 정보가 배설물을 통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별도의 전용 화장실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나 DNA 정보 등은 북한의 최고 기밀 사항에 해당된다. 이번 방중에서도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건강과 신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가동하는가 하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 |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노동신문이 2일자 보도에서 김정은을 태운 열차가 1일 평양을 출발해 2일 새벽 북중 국경을 통과했다고 전하면서 공개한 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용원 조직담당 비서와 김덕훈 경제담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왼쪽부터)과 플랫폼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2025.09.02 yjlee@newspim.com |
◆ "머리카락 한 올도 흘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편의 차원이 아니라, 건강 상태가 노출될 수 있는 생체 정보의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는 북한 체제 안정과 직결된다"며 "머리카락이나 배설물까지도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통제한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전용 화장실은 해외 외교 무대에서도 따라붙는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전용 화장실을 설치했다. 북한 내부 시찰에서도 욕실과 화장실이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난닝역에 잠시 정차했을 때에는,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재떨이를 들고 서 있었다. 담배꽁초가 외부로 흘러나가 건강 정보가 분석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나아가 김정은이 자신이 사용한 성냥을 다시 성냥갑에 넣는 장면도 포착됐다.
◆ "펜 하나도 못 믿어"
정상회담 서명식에서도 김정은은 개최국이 준비한 펜을 쓰지 않는다. 북한이 직접 준비한 필기구만 사용해 지문 채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숙소에서는 수행원들이 청소를 도맡아 머리카락이나 침 등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식기류 역시 체액이나 DNA 정보가 남지 않도록 소독된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김정은이 앉을 의자를 수행원들이 사전에 소독하고, 심지어 공기 중에 소독제를 분사하는 장면까지 확인됐다.
![]()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편으로 2일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해 하차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뒤로 얼굴이 살짝 보이는 여성이 김 위원장의 딸인 김주애로 추정된다. 김주애로 추정되는 인물 뒤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보인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9.02 ys1744@newspim.com |
◆ 최고지도자 건강이 체제 안정성과 직결
북한이 이처럼 김정은의 생체정보 유출을 막는 데 집착하는 이유는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곧 체제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진 3대 세습 구조는 '절대 권력자의 권위'를 체제 유지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권력 승계 과정이 항상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에서 건강 문제는 곧 체제 불안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2008년 뇌졸중 이후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았고, 후계 구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김정은 역시 집권 초기부터 비만과 흡연, 음주 등으로 건강 이상설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도자의 건강 정보' 자체를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간주한다. 외부에서 건강 상태를 파악하거나 암살 가능성을 높이는 단서를 잡지 못하도록, 김정은이 접촉하는 모든 흔적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북한의 철저한 보안은 권위주의 체제의 불안 심리를 반영한다. 최고지도자가 유일한 권력의 중심인 만큼, 그의 부재나 약화는 곧 체제 위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생체정보 차단, 암살 대비 소독, 외부 접촉 차단은 모두 '권력 유지의 방어막' 역할을 한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