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답을 찾은 경영자, 13평 매장을 유통 대기업으로
가격 먼저 정하고 원가를 맞춘 '균일가 철학', 소비자 신뢰로 이어져
SNS 트렌드 반영한 신제품 전략, MZ세대의 '핫플'로 부상
매출 4조·영업이익률 업계 최상위… 온라인 물류 투자로 도약 준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시장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다. CEO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상을 연중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고물가 시대에 1000원 제품을 팔아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한 회사가 있다. 이젠 외국인들에게도 관광 필수 코스가 된 다이소다. 다이소의 성공은 단지 값싼 제품을 팔아서가 아니다. "천원짜리 상품은 있어도 천원짜리 품질은 없다"(저서 '천원을 경영하라 中)는 '고객중심경영'을 토대로 한 박정부 다이소 회장의 집념이 성공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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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에서 답을 찾는 '발로 뛰는 경영자'
1944년생인 박 회장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무역회사 한일맨파워를 창업하며 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1992년에는 아성산업을 세워 생활용품 무역업에 뛰어들었고, 발품을 팔아 일본에 양질의 상품을 수출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13평 남짓한 매장을 열며 국내 최초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시작한 그는 2001년 일본 다이소와 합작해 '다이소아성산업' 대표로 회사를 키워냈다.
지난 2023년 12월, 박 회장은 아성HMP를 통해 일본 다이소산교의 지분 34.21%를 전량 인수했다. 약 22년 만에 일본 꼬리표를 떼고 다이소를 완전한 토종기업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박정부 회장은 2022년 초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창업 이후 지금까지도 본사를 넘어 점포 현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직접 고객 반응을 보고, 직원들과 소통하며 상품 전략과 매장 운영을 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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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사진 왼쪽에서 3번째)이 임직원들과 함께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아성다이소] |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다, 다이소의 두 바퀴 전략
현장을 중시하고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박 회장의 뚝심은 다이소만의 '균일가 철학'으로 드러난다.
'균일가'는 다이소의 핵심 경쟁력이다. 약 3만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가는 오직 6가지 균일가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로만 구성했다.
균일가 유통이란 원가에 일정 마진을 더해 판매가(시장가격)를 책정하는 일반적인 유통 방식과 달리 판매가(균일가)를 먼저 설정한 뒤, 물류비, 광고판촉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최소 마진만을 남기는 유통 방식이다. 박 회장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컵에 손잡이가 필요 없다면 과감히 빼고, 양면에 무늬가 있다면 한쪽만 남긴다'고 말했다. 단순히 납품업체에 가격을 후려치는 것이 아닌, 생산 책임자로 일한 박 회장만의 가격 절감 노하우를 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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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5 다이소 회사소개서 제공] |
이런 방식을 통해 다이소에서 면봉, 종이컵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요 생활용품은 25년 이상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에도, 아성다이소는 마스크를 기존과 동일한 1,000원~2,000원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다이소가 연매출 3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균일가'와 동시에 '고객중심' 경영이라는 두 바퀴 축이 함께 돌아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고객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가격은 놀랄 정도로 저렴하되, 품질은 기대보다 훨씬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 상품에 대한 다이소의 기준으로 삼았다.
◆ 오프라인 넘어 온라인까지…박정부 회장의 다음 승부수
다이소의 성장은 소비자 니즈를 공략한 신제품 전략에서도 비롯됐다. 초창기 저렴한 생활용품에 머물던 상품군은 2010년 이후 식음료, 반려동물, 레저 제품까지 확대되며 현재 3만여 종에 달한다. 매달 600여 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SNS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해 '핫템'을 다수 탄생시키면서 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박정부 회장은 해외 출장 때마다 현지 매장을 직접 둘러보며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다이소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뷰티 제품이다. 대표 사례로 품절 대란을 일으킨 'VT 리들샷'은 시중 3만 원대 제품과 주요 성분이 유사하지만, 용량과 포장을 최소화해 3,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뷰티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올해는 217% 급증하며 다이소를 '올리브영 대항마'로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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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 역시 상권 활성화를 위해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소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성과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다이소는 202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조 원에 육박했다. 영업이익률은 이마트, 롯데쇼핑, 쿠팡 등 굴지의 유통기업보다 2~3배 높다.
박 회장은 이제 오프라인 성공을 넘어 온라인 강화에도 나섰다. 다이소몰과 샵다이소 개편, 전국 익일 배송 서비스 도입에 이어 세종시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건립 중이다. "소비자의 생활을 가장 가깝게 해결해주는 기업"이라는 그의 신념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