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합의 문서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다 출국 직전 일정을 전격 취소했던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4일부터 6일까지 워싱턴을 다시 찾는다.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와 대미 투자 합의 문서 서명을 성사시키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 美, 車관세 인하 실행 요구에 묵묵부답
미국은 4월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기존 2.5% 관세에 더해 25%를 추가 부과해 27.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사실상 '고율 보복 관세' 성격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에는 막대한 타격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협상 끝에 지난 7월 말 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국 측은 세율 인하 실행을 위한 대통령령을 발령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미일 합의 직후 일부 품목에서는 상호관세 15%가 기존 관세 위에 겹쳐 붙는(스태킹) 오류가 발견됐다. 가령 기존 관세 10%인 품목에 상호관세 15%가 추가돼 25%가 되는 식이다. 합의대로라면 상호관세 15%만 부과돼야 한다.
일본은 수정 조치를 요구했고, 미국은 수정하고 추가 부과된 세금을 환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은 "합의 이행이 지연되면 산업 전반에 피해가 확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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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조기와 일본 일장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5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공동 문서
이번 방미 협의의 또 다른 핵심은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약 76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다.
일본 정부와 주요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 인공지능(AI), 전기차(EV) 배터리, 인프라 정비,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동맹국의 자본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미국 측은 이번 투자 계획을 "일본이 미국 제조업 부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상징적 약속"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동 문서 서명은 단순한 투자 확인을 넘어, 양국 관계를 '투자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일본 내에서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자동차 산업에 고율 관세가 여전히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만 먼저 확정될 경우 "미국에 끌려다니는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 정부가 합의문 서명과 관세 인하 대통령령 서명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 문서가 단순한 투자 약속을 넘어, 향후 미일 경제 협력의 방향을 제도화하는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아카자와 재생상이 워싱턴에서 어떤 수준의 문구와 조건을 확보할지가 관세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초 아카자와 재생상은 지난달 28일 방미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문서 세부 내용을 둘러싼 실무 조율이 필요하다며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후 막판 협의가 진전돼 이번에 장관급 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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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美재무장관(왼쪽)과 아카자와 료세이 日경제재생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미일 통상 협력 향방의 분수령
일본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관세 인하와 투자 합의 문서를 '패키지'로 묶어 처리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가 지연될 경우 일본 경제, 특히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투자 합의와 동시에 미국 측 결단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대규모 투자를 카드로 내세워 협상력을 높이는 동시에, 관세 갈등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조기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협상에서 대통령령 서명 시점과 합의 문서 작성 여부가 결정될 경우, 향후 미일 통상 협력의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