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임 표명 이후, 중국 언론은 차기 정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미중 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 안정에 힘써 왔다. 그러나 정권 교체를 계기로 일본 정치가 '우경화'로 흐를 가능성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9일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 이시바 정권의 '대중 정책' 긍정적 평가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는 지금까지의 이시바 정권의 대중 정책을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의 루 하오(盧昊) 주임은 "미국 등 서방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미국 일변도'를 수정해, 제한적이나마 대중 협력을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의 뤼차오(呂超) 원장도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아베·기시다 정권 시절처럼 빈번한 중국 자극은 없었고, 긴장 수준도 다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시바 정권과 관계 개선을 시도한 데에는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긴장 고조뿐 아니라, 경기 회복을 위해 일본과의 실무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이 따른다.
그러나 '포스트 이시바' 시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루 주임은 "일본의 대중 정책은 협조보다는 억지(抑止)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보수 색채가 짙은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양국 관계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뤼 원장 역시 "미국의 압력 속에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중일 관계는 긴장 완화와 마찰이 교차하는 복잡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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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기와 일본 국기 [사진=게티이미지] |
◆ "고이즈미, 관계 안정...다카이치, 악화 위험"
중국 언론은 일본 보도를 인용해 차기 유력 후보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받는 고이즈미 농림상을 놓고 중국 내부에서도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 후시진(胡錫進)은 블로그 글에서 "고이즈미라면 대중 관계 안정 노선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라면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두 후보 모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본 정치의 우경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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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시바'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보수 세력 확대=우경화 흐름" 우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린젠(林剣) 부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의 사임 표명과 관련해 "일본의 내정 사안이므로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과 전문가 진단에 비춰볼 때, 중국이 차기 일본 정권의 대중 노선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포스트 이시바 구도의 핵심 변수는 차기 지도자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그리고 중국에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취할지에 달려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안보 환경 악화를 이유로 보수 세력이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우려하는 우경화 흐름과 맞물린다.
특히 대만 문제, 해양 안보, 경제안보 등 민감한 현안에서 일본이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경우, 중일 간 갈등은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를 중시하는 온건 노선이 채택된다면 일정한 완화 국면을 기대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견제 속에서 일본과의 협력 공간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일본 내 보수 정치 지형이 강화될수록 그 여지는 좁아질 수 있다.
결국 포스트 이시바 정권의 대중 정책은 중일 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 전반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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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시바' 후보로 꼽히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