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가 정치적 혼란으로 심각한 국가 부채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리스·이탈리아 같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주변부 국가로 전락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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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의회에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2025.09.08. ihjang67@newspim.com |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예산안을 추진하다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으며 8일 실시된 의회 신임투표에서 패해 실각했다. 전임자인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도 같은 이유로 9개월 전 의회 불신임을 받아 퇴진했다.
최근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47% 안팎으로 유로존에서 대표적인 골칫거리로 지목되는 그리스(3.35%), 이탈리아(3.51%) 등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독일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2.66% 정도이다. 국채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국가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FT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세계 투자자들이 위험한 나라로 분류했던 두 국가"라고 말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르미냑의 투자위원회 위원인 케빈 토제는 "프랑스는 이제 유럽의 새로운 주변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현재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독일과 남부 유럽은 가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저속 차선에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작년 113%에 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2017년 101%였던 것을 감안하면 8년 사이에 12%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이 수치는 내년에는 11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바이루 총리의 퇴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회당 등 좌파 진영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야권이 긴축 재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착 상태는 오는 2027년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유럽 채권 부문 책임자인 데이비드 잔은 "프랑스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글로벌 채권 시장의 문제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이버거 버먼의 EMEA 멀티 자산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마야 반다리는 "프랑스의 재정 악화는 어떤 정치적 시나리오에서든 중요한 메시지"라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