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세계 전기차(EV)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V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는 가운데, 일본은 유럽연합(EU)과 손잡고 공급망 협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 조달망을 구축하기 위한 대응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1~6월)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총 50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6곳이 중국 기업이며, 이들의 점유율은 69%에 달해 전년보다 4%포인트 늘었다.
세계 1위 CATL은 헝가리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유럽과 아시아에서 생산 거점을 넓히고 있다. 저렴하고 발화 위험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CATL의 주력 제품으로,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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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돌핀 미니 [사진=BYD] |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파고드는 사이, 일본과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내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5조9000억원 규모의 LFP 배터리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냈으며, 파나소닉은 테슬라 외에도 마쯔다와 스바루로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혼다는 캐나다에 배터리 및 소재 공장을 건설하고, 토요타는 2024년 파나소닉과의 합작 자회사를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며 독자 노선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은 15일, 배터리 공급망 안정을 위해 EU와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 업계 단체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인재 육성, 유통 데이터 공유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7월 양측이 합의한 '경쟁력 동맹'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일본과 EU는 중요 광물 공급망 협력과 산업 정책 공조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중국이 배터리 시장을 석권하는 가운데, 일본과 유럽은 공급망 안정과 기술 협력을 통해 균형추를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전동화 전략 수정과 수요 둔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국이 중국과의 협력·경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향후 글로벌 EV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