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은 저지를 제친 '롤리의 반란'이 성공
NL은 '오타니의 절대성'에 가려진 슈와버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양대리그 MVP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AL)에선 시애틀 포수 칼 롤리가 뉴욕 양키스 간판타자 에런 저지를 앞서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반면 내셔널리그(NL)에선 필라델피아의 카일 슈와버가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나란히 53홈런을 기록하고도 MVP 담론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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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롤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22일(한국시간) 휴스턴 원정에서 시즌 58호를 터뜨린 롤리는 MLB 전체 홈런 1위 자리를 굳히며 생애 첫 MVP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홈런과 타점(121개)을 제외한 다른 모든 타격 지표에선 저지가 압도한다. 그러나 롤리는 포수, 스위치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고 AL 역대 4번째가 될 60홈런에 2개를 남겨놓고 있다. 현재 남은 경기는 6경기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MVP 경쟁은 두 선수가 50대50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롤리가 최근 7경기에서 5홈런을 몰아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더구나 롤리는 최근 4연승을 이끌면서 3연패한 휴스턴을 제치고 팀을 서부지구 선두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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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런 저지. [사진=뉴욕 양키스] |
저지는 여름에 팔꿈치 부상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아쉬웠다. 홈런(49개)과 타점(105개)을 몇 개만 더 올려놨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였다. 결국 저지는 올해 역시 '가장 훌륭한 타자'임이 분명하나 '가장 훌륭한 선수'는 양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NL에선 슈와버가 놀라운 홈런 생산력을 보이고도 오타니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있다. 오타니가 최근 6경기에서 4홈런을 몰아쳐 슈와버를 따라잡지 못했어도 MVP 경쟁에선 여전히 앞서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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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오타니는 투타 겸업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감에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OPS(출루율+장타율), 타율, 득점, 도루 등 대부분 지표에서 슈와버를 압도한다. 슈와버가 홈런에 특화된 선수라면, 오타니는 리그 전체를 지배하는 전천후 슈퍼스타다.
이 장면은 MLB MVP의 본질을 되짚게 한다. MVP는 단순히 홈런 숫자나 파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팀 성적, 포지션 가치, 다면적인 스탯, 그리고 흥행까지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그래서 AL에서는 '롤리의 반란'이 힘을 얻는 반면, NL에서는 '오타니의 절대성'이 슈와버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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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슈와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역대 MVP 투표 역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7년 AL에선 신인 저지가 52홈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휴스턴을 지구 우승으로 이끈 호세 알투베가 MVP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3관왕급 시즌을 보냈지만, 투타 겸업으로 야구의 한계를 깬 오타니에게 표가 몰렸다. 같은 홈런왕이라도 누가 경쟁자로 버티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셈이다.
2025시즌 MVP 레이스 역시 같은 맥락이다. AL은 저지를 넘어선 롤리의 약진이라는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다. NL은 슈와버의 장타력이 오타니라는 초월적 존재 앞에서 빛이 바랬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