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중국 화물선이 러시아 점령 하에 있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에 입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항구에 주요 외국 선박이 기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맞서 유럽 주요국이 취했던 해외 선박의 입항금지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광시성에 소재한 광시 창하이 해운공사(Guangxi Changhai Shipping Company) 소유의 컨테이너선 '헝양 9호(파나마 등록 선박)'가 최근 몇 달간 적어도 세 차례 크림반도에 입항했다. 해당 사실은 우크라이나 당국도 확인했다.
중국은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중국 상선들이 러시아 점령 하의 우크라이나 항구로 입항을 피해왔던 이유다.
그러나 '헝양 9호'는 최근 그러한 묵계를 잇따라 깨고 있는데, 중국 및 러시아 당국과 사전 교감 없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세바스토폴 항구를 러시아 영토로 공인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바스토폴은 크림반도의 남서쪽 끝 자락에 위치한 크림반도내 최대 항구 도시로 흑해를 접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자료에 따르면 광시 창하이 해운은 벌크선 두 척과 컨테이너선 두 척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세바스토폴에 입항한 헝양 9호는 길이 140미터의 컨테이너선이다.
신문은 지난 4월 러시아가 내륙과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철도를 개통했는데 헝양 9호의 세바스토폴 입항은 시기적으로 해당 철도 개통과도 맞물린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9월 세바스토폴에 입항한 헝양 9호는 지난 6월과 8월에도 세바스토폴에 기항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내 또 다른 점령지 항구인 베르단스크와 마리우폴 역시 외국에 개방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베르단스크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의 항구 도시로 아조프해 북부 연안에 위치한다. 마리우폴은 도네츠크주에서 두번째로 큰 항구 도시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헝양 9호의 세바스토폴 기항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향후 베르단스크와 마리우폴 등에서도 유사한 뱃길 내기 시도가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감행될 수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블라디슬라프 블라시우크 제재정책 담당 위원은 FT에 "우리는 이러한 행위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며 "모든 국제 파트너와 기업들이 점령 지역(러시아 점령 하의 우크라이나 지역)과 접촉을 철저히 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에 강한 유감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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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에서 내려다본 세바스토폴 항구 [사진=로이터]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