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추석 연휴는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CJ, 쇼박스, NEW 등 대형 배급사들은 매년 이 시기를 겨냥해 굵직한 작품 2~3편을 나란히 내놓으며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려왔다.
2023년에는 송강호 주연의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거미집',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서윤복 마라토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하정우 주연의 '1947 보스톤' 등 복수의 한국영화가 추석 극장가에서 경쟁했다. 하지만 세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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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보스' 스틸컷.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2025.10.02 moonddo00@newspim.com |
그러나 최근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2024년 추석 시즌에는 '베테랑2'가 사실상 유일한 한국영화 신작으로 스크린을 독점해 752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거뒀다.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다. 올해 추석 극장가에는 조우진 주연의 '보스'가 한국영화 유일한 흥행카드로 출격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같은 기간 소규모 영화 '사람과 고기'와 '어쩌면 해피엔딩'이 개봉하지만, 대중적 관심은 '보스'에 쏠리고 있다. '보스'는 개봉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8시 기준 예매 관객 10만명을 돌파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연휴 기간까지 상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작품은 개봉 7일째 1위를 달리며 123만 관객을 돌파했다.
'보스'는 사전부터 폭발적 화제를 모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아니다. 거액의 제작비나 톱스타 조합 대신 탄탄한 연기파 배우를 앞세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베테랑2'가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흥행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보스'도 흥행 성적에 따라 한국영화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연휴 닷새간(9월 14~18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466만여명으로 2023년(311만여명)보다 49.7%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추석(513만여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9.2% 적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영화 시장은 여전히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석 명절이라는 최적의 무대에서 '보스'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한국영화 부진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명 영화 제작자 A씨는 뉴스핌을 통해 "전통적으로 추석 명절에는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여왔다. '보스'는 10일이라는 긴 연휴, 한국 영화로는 단독 개봉, 코미디 장르라는 강점까지 가지고 있어 기대치가 조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범죄도시'도 시즌1이 나올 때는 대작이 아니었다. 그래서 은근히 범죄도시 같은 흥행작이 되기를 기다리는 이유"라며 "그래야 침체된 한국영화계가 살아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