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금값 3,900달러 돌파
제한적 증산 발표에 원유시장 '공급 우려 완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 정치권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6일(현지시간)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1.7% 오른 온스당 3,976.3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3,969.91달러까지 올랐다가 한국시간 기준 7일 오전 3시 41분 기준 온스당 3,956.19달러로 1.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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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에서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신임 총리가 이날 사임했다. 지난달 9일 총리에 임명된 지 27일 만이다. 프랑스 야권은 즉각적인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이 6일째에 접어들었으며, 백악관은 대규모 연방 공무원 해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마렉스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메이어는 "프랑스의 정치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속 일본 국채 수익률 상승, 그리고 계속되는 미국 정부 셧다운이 모두 금값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50% 상승하며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각국 중앙은행의 꾸준한 금 매입, 안전자산 선호 심리, 그리고 달러 약세가 맞물린 결과다. 현물 금 가격은 3월에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했으며, 9월 말에는 3,800달러 선을 넘었다.
메이어는 "지금 금값이 4,000달러에 근접했다는 사실은 일부 펀드들이 상징적인 '4,000달러선' 돌파를 노리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현재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12월에도 추가로 25bp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BS는 보고서에서 "금 가격 상승에는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모멘텀(추세) 양 측면의 이유가 모두 있다"며 "올해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4,2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OPEC+의 11월 산유량 증가폭이 예상보다 작게 발표되면서 약 1% 상승했다. 공급 확대 우려가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수요 전망이 단기 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94센트(1.46%) 오른 65.47달러에 마감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81센트(1.33%) 상승한 61.69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OPEC+는 11월부터 하루 13만 7000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과 동일한 규모로, 공급 과잉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회의 전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가 하락 압박을 피하기 위해 하루 13만 7000배럴 수준의 증산을 주장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이보다 두 배, 세 배, 혹은 네 배 더 많은 증산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 대표는 "일부 OPEC+ 회원국은 이미 생산능력 한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 공급될 원유는 발표된 증산 규모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제한적인 이번 증산 결정은 베네수엘라의 수출 증가, 터키를 통한 쿠르드 석유 수송 재개, 11월 선적분 중동산 원유의 미판매분 증가 등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지역에 판매하는 '아랍 라이트(Arab Light)' 원유의 공식 판매가격(OSP)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로이터가 아시아 정유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당초 약간의 가격 인상을 예상했으나, 중동산 원유 공급 증가 우려로 인해 프리미엄이 지난주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상 기대가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동 지역 정유소의 정비 시즌이 곧 시작될 예정이어서 유가 상승세를 일정 부분 억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 두 명은 러시아 주요 정유소 중 하나인 키리시 정유소가 10월 4일 드론 공격과 그로 인한 화재로 핵심 원유 처리 장치를 중단했으며, 정상 가동까지 약 한 달이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번 4분기에는 약한 수요 기반이 유가 상승세를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월 26일로 끝난 주간 기준 미국의 원유·가솔린·중간유(디젤 등) 재고는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제 활동과 수요가 모두 둔화된 영향이다.
IG그룹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 크리스 보참은 "생산이 안정적으로 증가한다면 유가의 하락폭은 제한될 수 있다"며, "향후 유가 향방은 미국 경제가 2025년 남은 기간과 2026년까지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그럴 경우 수요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