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이전 지연·임차권등기 말소 소송으로 회수 장기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저가 낙찰과 과도한 소송 제기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회수하지 못한 보증금이 계속 쌓이고 있다. 제도 허점을 악용해 회수 기간을 늘리는 악성 채무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성)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경매승계채권 881억원(611건) 중 회수금은 156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수율은 18% 수준이다.
특히 경매주택을 조직적으로 저가에 낙찰받은 뒤 소유권 이전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임차권등기 말소 소송을 남발해 채권회수를 방해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 같은 악성 낙찰이나 소송 남발이 채권 회수율을 더 떨어뜨리고 회수 기간을 장기화시키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A씨는 여러 법인을 소유하며 HUG 경매 물건 총 154건을 낙찰받았다. 해당 물건에 대한 승계채권금액(이행해야 할 보증금)은 300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B법무법인은 총 150건의 경매 물건과 관련해 승계채권금액이 247억원이 발생했으나 회수 금액은 34억원(회수율 14%)뿐이다. 이들은 임차권등기 말소 소송 제기를 통해 보증금상환을 지연시켜 의도적으로 HUG의 채권회수를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1월 수도권 소재 경매 물건의 경우 HUG 채권액은 약 1억5000만원이었으나 4차례 유찰 끝에 2020년 1월 약 5000만원에 낙찰됐다. 2023년에 소송이 제기돼 2심에서 HUG가 승소했지만, 판결 확정은 지난해 10월에야 이뤄졌다. 낙찰 이후 약 4년 동안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일부 낙찰자는 해당 주택을 깔세로 활용해 현금흐름을 확보하기도 한다. 채권자인 HUG는 회수 지연에 따른 손실은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비·집행비·관리비와 인력 투입 비용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원금 대비 실질 회수액은 더욱 줄어든다.
윤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법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들어 수백 채의 빌라를 헐값에 쓸어 담고 채권 회수를 고의로 방해한 행태는 국민 법 감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낙찰자의 대위변제금 반환 의무 회피 여지를 원천 차단하고, 편법을 불법으로 명확히 규정해 즉각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