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사상 최대 실적…프랑스 명품 그룹 매출 추월
국내 SPA, 내수 방어 넘어 MZ세대 공략 성과
무신사 스탠다드, 30호점 돌파하며 오프라인 확장세
에잇세컨즈, 협업과 모델 전략으로 젊은 소비자 잡다
스파오, R&D·원가 혁신 기반으로 '국민 브랜드' 자리매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SPA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해 매출 3조4005억 엔(약 32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유니클로 매출은 구찌·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프랑스 케링그룹을 넘는 수준이다. 불황 속에서도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명품보다 인기를 끄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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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겸 사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내 시장에서도 스파오, 무신사 스탠다드, 에잇세컨즈 등 토종 SPA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기획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온라인몰·라이브커머스와 연계한 판매 확장과 MZ세대를 겨냥한 협업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확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일 롯데백화점 평촌점에 30호점을 열며 진출 3년 만에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렸다. 대구·울산·청주 등 지방 핵심 상권에도 속속 출점해 현재 지방 매장이 서울보다 2.5배 이상 많다. 지난 9월 한 달간 28개 매장 누적 방문객이 2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무신사 측은 "오프라인은 신규 고객 확보와 브랜드 경험 확대에 실질적 효과가 있는 핵심 접점"이라며 거점 확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협업 전략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디자이너 민주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의 협업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가수 우즈와 그룹 아이브 리즈를 모델로 기용해 젊은 세대의 선망 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9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한 자릿 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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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PA 브랜드가 일제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왼쪽은 에잇세컨즈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상품이 에버랜드점에 진열된 모습. 오른쪽(상) 스파오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 오른쪽(하) 10월 2일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서른번째 오프라인 매장 '롯데백화점 평촌점'.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랜드, 무신사 제공] |
스파오는 R&D와 원가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2022년 4000억 원에서 2024년 6000억 원으로 확대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최근에는 경량 패딩 컬렉션 '씬라이트' 물량을 전년보다 50% 늘려 겨울 시즌을 공략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연구소, '스피드오피스' 생산 시스템, 빅데이터팀과의 협업을 통해 소재·디자인 기획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 리뷰 분석으로 상품 적중도를 높였다. 해리포터·피크민 등 IP 협업과 파자마 라인업 강화도 실적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코로나19 시기 당시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당분간 뒤바뀐 소비 행태인 '가치소비'와 실용성을 중시하는 행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SPA 브랜드는 합리적 가격과 빠른 기획력을 무기로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협업·한정판·컬러 기획으로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끌어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백화점과 중저가 브랜드를 압박하는 동시에 토종 SPA들이 해외 진출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로 젊은 층은 합리적이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한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 기조는 패션 시장에서 SPA 브랜드의 뚜렷한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K패션 확산과 맞물려 토종 SPA 브랜드들이 글로벌 고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직접 진출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