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던 HD현대가 오너 경영으로 전환했다.
정기선 회장의 승진은 HD현대의 근본적인 변화이기도 하지만 국내 재계 측면에서 보면 '1980년대생 총수'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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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승현 차장 |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에 따른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중 총수 체제가 아닌 포스코그룹(6위)과 농협(9위)을 제외한 8대 그룹 총수를 그룹 순서대로 보면 삼성(이재용), SK(최태원), 현대차(정의선), LG(구광모), 롯데(신동빈), 한화(김승연), HD현대(정기선), GS(허창수)다.
총수들의 나이를 정리하면 허창수 GS건설 회장이 1948년생으로 유일한 40년대생이다.
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952년)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955년)이 50년대생, 최태원 SK그룹 회장(1960년)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68년)이 60년대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970년)과 구광모 LG그룹 회장(1978년)이 70년대생이다.
그리고 이번에 HD현대 총수에 오른 정기선 회장(1982년)이 첫 80년대생이다.
허창수 회장을 제외하면 공교롭게도 10년 단위로 각 세대에 두 명씩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 이제 43세인 80년대생 총수가 탄생했다.
정 회장 외 또 다른 1980년대생 '후계자'들도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HD현대와 재계 순위 및 조선·방산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화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지만 이미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굵직한 사안에서 대외적으로 한화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이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이나 재계 활동에 아버지 대신 참석한 지도 이미 오래됐다.
한미 관세협상의 키포인트인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역시 김동관 부회장이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또 다른 80년대생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다. 1986년생인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에서 미래성장실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이 40대 초반의 나이에 총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일찌감치 정계에 투신해 13대부터 19대까지 내리 7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 회장은 27세이던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을 시작으로 16년째 주요 보직을 경험하며 그룹 성장의 중심에 있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함께 했고,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 두산인프라코어(현재 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했다.
올해만 해도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합병 법인 HD건설기계)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합병 법인 HD현대중공업) 등 그룹 내 굵직한 개편을 주도했다. '젊다'는 점이 불안 요소라면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현재 4대그룹 총수들은 모두 1960~70년대생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40대 후반~60대다. 4명 중 맏형인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으며 한국 재계를 대표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는 40년대, 50년대 '형님'들과 경제계의 목소리를 내왔다면 이제는 80년대생 '동생'들과 함께 하게 된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줄기였던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태어난 80년대생들은 대체로 1950년대생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로 어린 시절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며 자라왔다.
산업화와 민주화보다는 '세계화'라고 불리기도 했던 글로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더 크게 체득된 세대다. 정기선 회장을 시작으로 재계에 등장할 80년대생 총수들의 활동이 또 다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지 관심이 쏠린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