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달러화 변동성이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급등했던 수준에서 완전히 안정세를 되찾았으며, 외환시장이 이른바 '트럼프 쇼크'를 지나 새로운 균형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운영사 CME그룹 지수 기준 달러화의 변동성 지표는 이달 들어 유로화·엔화 대비 움직임에서 모두 1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지수(DXY) 또한 최근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며 대선 전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과 잇따라 관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무역 불확실성이 줄었고, 미국 경제가 관세 여파를 예상보다 잘 견디고 있는 점이 변동성 둔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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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ING의 크리스 터너 시장조사 헤드는 "세계가 트럼프에 적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이제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트레이드'라 불린 기대감이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당시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규모 관세 발표 이후 외환시장이 요동치며 하루 거래 규모가 사상 최대인 10조달러에 육박했고, 관세 전쟁의 미국 경제 타격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등에 달러지수는 1970년대 이후 연초 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후 여름부터 미 증시 반등세와 함께 달러화도 점진적 회복세를 보였다. PGIM의 글로벌채권 헤드 로버트 팁은 "올해 달러 약세는 약세장 진입이 아니라 강세장의 일시적 조정에 가깝다"고 진단했고,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변동성 급락은 시장이 '트럼프 쇼크는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썼다.
미국의 최장기 셧다운으로 인한 경기지표 공백도 변동성 둔화에 한몫했다. 인플레이션·고용·소비 관련 데이터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포지션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ICE '무브(MOVE)지수' 역시 셧다운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도 "다음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라고 경고한 점이 달러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완화 속도가 느려질수록 통상 달러화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ING의 터너는 "외환시장이 다시 전통적인 금리 격차 중심의 흐름으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CME그룹 집계에 따르면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콜옵션 수요가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인베스트먼츠의 러샤브 아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초의 급변은 추세라기보다 일시적 이례현상"이라며 "달러는 앞으로도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방어적 자산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