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K팝은 그야말로 '글로벌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음악 시장의 체감 온도는 정반대다. 아이돌 그룹의 '음원 파워'는 약해지고,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아이돌 음악의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대 들어 BTS는 물론,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등 다수의 K팝 그룹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차트인을 거듭했다. 특히 BTS는 메인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며 K팝의 위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K팝 그룹들의 월드투어 역시 매년 규모와 수익 면에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북미, 유럽 등에서 스타디움 급 공연장 매진 사례가 속출, 글로벌 팬덤의 폭발적인 증가와 높은 구매력을 입증한다. 또한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에서 K팝 아티스트들의 재생 수와 구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앨범 판매량은 수백만 장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지만, 이는 포토카드 수집, 팬사인회 응모권 확보 등을 위한 팬들의 '전략적 소비(대량 구매)'에 의해 주도된다. 앨범 판매량이 곧 대중성을 의미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앨범 판매는 팬덤 규모와 충성도의 지표로 작용한다.
반면,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 숏폼 플랫폼(틱톡, 유튜브 쇼츠)을 통해 바이럴된 곡이나, 드라마 OST, 혹은 특정 장르(발라드, 인디)의 음악을 주로 듣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이돌 음원이 차트 상위권에 올라도 팬덤의 '스밍(스트리밍)' 총공세가 멈추면 빠르게 순위가 하락하는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최근에는 2000년대 후반~2010년대에 비해 음악을 접하는 통로가 유튜브, 틱톡, 넷플릭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음악 소비 자체가 '필수재'가 아닌 '선택재'가 되면서, 과거처럼 TV 음악방송을 통해 전국민적인 히트곡이 탄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아이돌 그룹 활동의 중심축은 TV 음악방송에서 자체 유튜브 콘텐츠, 글로벌 팬 플랫폼(위버스 등)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일반 대중이 아이돌의 음악과 매력을 직접 접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온도차는 K팝 산업이 '내수 기반의 대중 지향적 산업'에서 '글로벌 팬덤 기반의 수출 지향적 산업'으로 체질이 완전히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K팝 기획사들은 이제 국내 대중의 취향보다 글로벌 팬덤이 원하는 음악과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높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내 음원 차트 1위보다 빌보드 '핫 100' 진입이 그룹의 가치와 미래 수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엔터업계 연구원 A씨는 뉴스핌을 통해 "현재 K팝 산업은 명확하게 '글로벌 팬덤 수출형 모델'로 전환된 상태"라며 "국내 음원 차트 성과가 예전만큼은 중요하지 않은 구조가 됐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국내 대중성보다 글로벌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가 수익성을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앨범 판매, 월드투어, 글로벌 플랫폼 지표는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스트리밍 지표는 정체되거나 분화되고 있다"며 "이 괴리는 K팝이 더 이상 내수 중심 산업이 아니라 글로벌 IP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해외 팬덤은 음원 스트리밍뿐 아니라 공연·굿즈·멤버십 등 전방위 소비에 적극적인 반면, 국내 시장은 음악 소비가 일상형·취향형으로 세분화되면서 아이돌 중심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획사들은 이제 국내 차트 성적보다 글로벌 투어 수익, 플랫폼 기반 팬덤 확장성이 더 명확한 성장 지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글로벌 성과와 국내 체감 사이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