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모델 표준화·디지털자산기본법 대응 속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무 논의에 본격 돌입했다. 여신금융협회가 주관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2차 태스크포스(TF)'가 지난 7일 첫 회의를 열고, 2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정례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1차 TF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면 2차 TF에서는 구체적인 결제 인프라 설계와 정산 모델 표준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2차 TF에는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가 모두 참여했다. TF는 여신금융협회가 정부 및 국회 논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법제화 방향에 맞춘 업계 차원의 기술적·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2차 TF는 내달 말까지 매주 수요일 회의를 열고 필요 시 일정을 연장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TF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를 카드 결제망과 어떻게 결합할지, 가맹점 정산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를 논의하는 실무 중심의 자리"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임박한 만큼 제도 시행에 맞춘 구체적 대응 방안을 함께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1차 TF가 '방향 설정'이었다면, 2차는 '시스템 설계' 단계
지난해 가동된 1차 TF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과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로드맵을 설정하는 수준이었다면, 2차 TF는 실제 인프라 구축을 전제로 한 '실행 설계' 단계다.
카드업계는 결제·정산 체계의 구조상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주체로 꼽힌다. 블록체인 결제의 핵심은 '가맹점 결제와 정산'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인프라인데, 이를 이미 보유한 업권이 카드사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TF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카드 결제망을 연계한 결제·정산 시스템의 기술적 구조를 구체화하고, 개념증명(PoC·Proof of Concept)을 통해 거래 속도·보안성·단말기 연동성을 점검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지난해 여신금융포럼에서 "해외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지만 카드사의 결제 인프라 역할은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기술적 강점과 카드 결제의 범용성·편의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읽기…카드사, '결제 인프라 제공자' 역할 구체화
2차 TF가 속도를 내는 이유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달 중 법안을 확정해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며,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 요건과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담은 조율안을 제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이 지분 과반(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우선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율됐다. 초기에는 은행 중심의 안정적 구조를 우선 도입하되, 추후 핀테크 등 기술기업의 참여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이다. 다만 개별 은행이 단독으로 설립하기보다 여러 은행이 연합해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여기에 증권사·가상자산거래소·카드사·핀테크 등이 참여하는 형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법안 초안이 '은행 주도형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짜이면서 카드사들은 직접 발행보다는 결제·정산 인프라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카드사의 참여 폭이 달라질 것"이라며 "발행 주체로 포함되긴 어렵더라도, 결제 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현실화되려면 결국 가맹점과 정산망이 필요하다"며 "결제 인프라를 이미 갖춘 카드사들이 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TF를 통해 법 시행 즉시 대응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TF 논의 결과는 금융당국과 국회에 업계 의견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시화된 만큼 카드사의 지급결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안전하고 편리한 사용환경을 뒷받침하겠다"며 "결제 생태계 변화에 맞춰 업계 의견을 모아 정책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