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과잉 유동성의 영향
"자금의 주차장 된 금속"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금값이 29일(현지시간)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과잉 유동성이 맞물리며 귀금속 전반으로 자금이 쏠리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가격 급등이 실물 수급과 괴리된 '과열 랠리'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SEG에 따르면 이날 현물 금 가격은 3% 넘게 올라 온스당 5501.18달러에 거래됐다. 2월물 금 선물은 5568.66달러까지 상승했다. 은 가격도 강세를 보이며 현물 은은 온스당 119.3달러, 3월물 은 선물은 118.73달러를 기록했다.
은 가격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17달러를 넘어섰다. 은은 지난해 145%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도 약 65% 상승했다. 금·은 강세에 백금과 팔라듐 등 다른 귀금속은 물론 일부 산업용 금속까지 동반 상승했다.

◆ "귀금속 전반 멜트업…시장 왜곡"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지난해 초부터 금 가격의 급등(멜트업)을 예상해 왔지만, 지금은 귀금속과 산업용 금속, 희토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키 실스 MKS PAMP 애널리스트는 "전례 없는 변동성을 감안하면 귀금속 시장은 사실상 '깨진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 움직임이 실물 수요·공급보다 단기 유동성 흐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 달러 약세·과잉 유동성의 영향
분석가들은 귀금속 강세 배경으로 지정학적 긴장, 각국 정부 부채 증가, 금리·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는다.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과 향후 통화 완화 기대 역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매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막시밀리안 토메이 갈레나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금속 가격 움직임은 펀더멘털 수요 때문이라기보다, 가격 기준이 되는 통화가 약해진 데 따른 결과"라며 "금은 통화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어 달러 가치가 약해지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달러 인덱스(DXY)는 최근 1년간 약 11% 하락했다.
다만 그는 "펀더멘털만으로 원자재 가격이 200% 가까이 오르는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은 가격 움직임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 "자금의 주차장 된 금속"
과잉 유동성도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금이 늘고, 일부 유동성이 금·은 같은 실물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가 재정 부담 확대 속에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약화된 점도 귀금속 선호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시장 규모가 작은 은·백금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 유입만으로도 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 향후 투기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급격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고탐 바르마 V2벤처스 전략자문 이사는 "귀금속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급등에는 투기적 자본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 흐름과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귀금속 가격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가격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