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고부가가치 기업 변신
IT 섹터에 가까운 밸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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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자동차의 두뇌와 신경망을 설계하는 앱티브(APTV)가 새삼 월가의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인 데다 전기 배선 사업부 분사가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앱티브는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회사가 아니라 차량의 두뇌와 신경망을 설계하는 모빌리티 기술 기업에 해당한다. 1994년 창사한 업체는 전기 배선과 커넥터 같은 하드웨어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와 소프트웨어, 중앙 컴퓨팅을 축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재편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전기 배선 사업부 버시전트(Versigent)의 분사는 핵심 사업 구조 재편의 정점에 해당하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차량 전장 및 소프트웨어 기업 앱티브는 완성차 업체(OEM)를 대상으로 전기 아키텍처와 안전 및 편의 전자장치, 커넥티비티 및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급한다. 제품 포트폴리오는 안전성과 효율성, 연결성 등 세 축에 무게를 둔다.
앱티브의 사업은 신호·전력 솔루션(기존 EDS 포함)과 첨단 안전·사용자 경험(AS&UX), 그리고 산업·상업용을 포함하는 광의의 전장·커넥티비티 사업(ECG)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전통적인 배선·커넥터 사업을 따로 떼어내 신설 회사 버시전트로 분리하고, 나머지 '뉴 앱티브(New Aptiv)'는 소프트웨어와 중앙 컴퓨팅, ADAS, 인포테인먼트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영역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될 예정이다.
앱티브의 핵심 역량은 무엇보다 차량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스템 통합 능력이다. 업체는 100년에 가까운 OEM 협업 경험을 기반으로, 고전압 배선과 하이 스피드 데이터 라인, 각종 커넥터 및 전력 분배 장치를 통합하는 소위 '차량 신경망'을 설계, 제조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업체는 차량 전체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완성차와 함께 구조를 결정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두 번째 강점은 능동 안전과 ADAS 분야의 아키텍처 혁신이다. 앱티브는 '위성 아키텍처(Satellite Architecture)'라는 개념을 앞세워 센서 개별 장치에 분산됐던 연산을 중앙의 강력한 도메인 컨트롤러로 통합하는 구조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시스템 비용과 중량, 복잡성을 줄이는 동시에 성능과 확장성을 높이는 데 성공을 거뒀다. 세 번째 축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역량이다. 앱티브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와 연결성, OTA(무선 업데이트) 등 소프트웨어 기반 기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앙 컴퓨팅 플랫폼을 함께 제공한다.

완성차가 구독형 서비스나 기능 온디맨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최근에는 인도 상용차 업체와 6세대 ADAS를 적용하는 협력을 발표하는 등 신흥시장 상용차까지 솔루션을 확장하고 있다. 아울러 자율이동로봇(AMR)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물류 및 공장 자동화 영역의 안전과 센싱 기술로 사업을 넓히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앱티브는 단순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차량 두뇌와 신경망을 함께 설계·통합하는 시스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는 가격 협상력과 장기 공급계약 확보에서 경쟁 우위로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앱티브는 기존 전기 배선·커넥터를 중심으로 한 EDS(Electrical Distribution Systems) 사업을 물적 분할해 '버시전트(Versigent)'라는 이름의 독립 상장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2025년 1월 분사 계획이 공식화됐고, 2026년 4월 1일 세제상 중립적인(세금 없는) 주주 배당 방식의 분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시전트는 뉴욕증권거래소에 'VGNT'라는 티커로 상장될 예정이고, 앱티브 기존 주주들은 일정 비율로 신설 회사 주식을 배당 받게 된다.
버시전트는 신호와 전력, 데이터 분배 시스템에 특화된 회사로, 자동차와 상용차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의 고전압 배선, 데이터 라인, 커넥터를 설계, 제조하는 데 집중한다.
업체는 네 개 대륙에 엔지니어링 센터를 두고 30개국 이상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등 이미 글로벌 스케일과 공급 체인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분사의 전략적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비즈니스 프로파일의 분리다. EDS는 자본집약적이고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규모가 큰 사업인 반면 ADAS·소프트웨어·중앙 컴퓨팅은 성장성과 마진이 높은 영역이다.
두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각 사가 자신의 성장성과 수익성 프로파일에 맞는 자본 배분과 투자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투자 스토리의 명료화다. 뉴 앱티브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및 산업 자동화 플랫폼으로, 버시전트는 전기 아키텍처 전문 하드웨어 챔피언으로 포지셔닝하면서 각기 다른 투자자 층을 겨냥할 수 있다.
셋째, 지배구조와 인센티브 정렬이다. 버시전트에는 별도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고, 각 회사 경영진은 자신이 맡은 사업의 성과에 맞춰 보상을 받게 된다. 이는 비용 효율과 품질, 신제품 개발에 대한 책임과 동기를 분명히 하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분사는 '두 개의 순수 플레이' 탄생이라는 의미가 크다. 자동차 전장 업종 내에서 소프트웨어·안전·중앙 컴퓨팅에 베팅하려는 자본은 뉴 앱티브에, 전기 아키텍처와 배선 시스템의 장기적 수요와 현금 창출력을 중시하는 자본은 버시전트에 집중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 개편이 중장기 성장의 변곡점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분사 이벤트가 아니라 전장 및 소프트웨어 성장 스토리와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한꺼번에 겹쳤다는 설명이다.
월가는 버시전트 분사를 앱티브 투자 스토리의 핵심 촉매제로 본다. 전통적인 배선 및 커넥터 사업을 떼내면서 남게 되는 뉴 앱티브가 전장과 산업용 전자, AI 플랫폼 회사에 더 가까운 프로필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펜하이머를 포함한 일부 투자은행(IB)은 분사 이후 앱티브를 다각화된 산업 AI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자동차를 넘어 여러 산업에 AI와 센싱, 연결성을 제공하는 플레이어로 재평가하는 움직임이다.
파이퍼 샌들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바클레이스 등 여러 하우스는 분사 이후 앱티브가 IT 섹터에 가까운 밸류에이션을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본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