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극장국가'의 모습" 분석
지방 군부대·건설장에도 이동식 배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이 최근 공개 활동을 벌이면서 행사장에 동원된 대규모의 군인·간부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거대한 규모의 철제 조립식 계단을 사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스핌이 11일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이 공개한 관련 사진과 영상을 분석한 결과,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 곳곳에서 이 같은 시설물이 드러났다.
김정은은 지난 8일 북한군 창건 78주년을 맞아 평양 국방성 청사를 방문했는데, 환영 행사장에 이례적으로 조립식 계단 형태의 구조물과 그 위에 나란히 도열한 군인들이 포착됐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통상 행사를 마친 뒤 김정은이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자리에 이 같은 모습이 드러났는데 이번에는 아예 행사 자체를 이런 모습을 꾸몄다"며 "보여주기식 통치에 집착하는 '극장 국가' (Theatre State) 북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앞서 김정은이 지난 1일 평북 신의주에 건설된 대규모 비닐하우스 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나타났다.
2024년 여름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압록강 북중 접경 위화도와 신의주 지역에 건설된 온실농장 준공식에서는 공사에 동원됐던 군인 건설자 수만 명과 김정은이 기념촬영을 했는데 여기에서도 이런 대형 철제 가설물이 눈에 띈다.

병력 규모가 지나치게 많아 철제 조립계단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인지 아예 강둑 제방을 계단식으로 조성해 사진촬영에 나선 인원들을 줄지어 세워놓은 장면도 나타난다.
한미 정보당국은 첩보위성 등 대북감시망을 통해 김정은이 지방의 군부대와 공장·건설장 등을 찾을 경우 사전에 참석 군중과의 선전용 기념촬영에 필요한 철제 조립식 계단을 수송해 현장에 배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탈북 인사는 "김정은이 도착하기 1~2시간 전부터 미리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게 된다"며 "광장이나 운동장에 몇 개의 단위로 나눠 정렬한 뒤 김정은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촬영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면 구호와 환호성으로 환송하는 형식을 밟는다"고 말했다.
☞극장국가(Theatre State)=미국의 인류학자인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 교수가 19세기 인도네시아 발리의 고대국가인 느가라(Negara)의 전례의식을 연구하면서 착안한 개념. 한 국가체제가 물리적인 강제력보다는 화려한 의식이나 스펙터클한 장면, 연극적인 퍼포먼스나 서사를 통해 권력을 과시하고 통치하는 것으로 북한 체제의 선전·선동은 그 전형으로 꼽힌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