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행렬에 나선 한 시민은 "아들 일자리 만들어 달라고 뽑아줬는데, 고작 상황을 이렇게 밖에 못만드는가"라며, "경제 대통령 이름값이 아깝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성공적인 CEO "라고 칭찬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이같은 경력은 퇴색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렇다면 이젠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고언을 내놓았다.
페섹은 30일자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을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 초청해 "CEO 출신답게 이 대통령은 무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사실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 금지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다시 재개해준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MB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은 이미 대선 캠페인을 통해서 이미 예상되는 것이었지만, 5000만 한국 국민들 중 많은 수가 이에 반대했다. 결국 대중의 역공(backlash)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자 MB는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만 했고, 지지도는 추락했다.
◆ CEO 지도자의 한계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1년 미국 첫 'MBA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놓으면서 기업형 앞선 사고방식과 의사결정을 약속한 바 있지만, 결국 포춘500대 기업 경영인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으로 구성된 미국 CEO형 국정 운영팀의 결과는 모두들 알고 있는 실패의 사례.
태국의 통신재벌 출신 탁신 총리와 이탈리아의 재벌총수 출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정치적 실패의 대표적인 인물로 지적되는 CEO형 지도자다.
페섹은 "기업 경영의 성공을 국가 지도자로서의 성공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한 인물들 중 상당수는 관공서를 민간 기업의 이익을 챙겨주는 도구로 활용했다는 원성을 받았다"며, "일반화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이런 CEO형 지도자들은 대개 국민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치지않고 의사 결정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각각 얻게된 혹은 얻어야할 교훈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민주주의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명백히 다른 것이라는 사실.
그는 MB가 초기 실수를 통해 배우고 스스로 잘못을 고칠 때까지 시간을 줘야 한다는 한 투신사의 CEO 얘기를 곁들이면서, "그나마 집권 초기에 이 같은 점을 깨우치게 된만큼, 자신의 국정 운영 방식을 재고할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페섹은 말했다.
◆ '불도저' 방식의 문제점
페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은 부강한 일본과 저비용의 중국 사이에서 살아갈 수있는 국가적 계획을 추진하는데 실패한 만큼 CEO와 서울 시장 출신인 MB는 강력한 대안으로 부각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MB가 추구하는 작은 정부와 금융산업 경쟁력 및 조세 체계의 개선, 노동법 규제완화 및 외국인 투자 제한 축소 등을 통한 한국 경제의 세계화는 그 목표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을 달성하는 '방식'이 문제시 된다고 그는 지적한다.
한국 국민들이 현대건설을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키우면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은 MB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70~80년대식 빠른 성장에 대한 향수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한국을 지배하는 복합대기업들, 즉 재벌의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건 끔찍한 발상(a terrible idea)"이라는 것이다.
페섹은 삼성과 현대, LG, 대우 등 한국의 재벌들이 전후 폐허가 된 한국 경제를 아시아 4위, 세계 13위 경제로 도약하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한국이 몇몇 '챔피언'을 키워주고 은행들이 이들에게 돈을 몰아주도록 명령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가 지금 사람들이 향수를 느끼는 '고도 성장'이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함께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부상으로 인해 한국식 성장 모델은 이제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
페섹은 "한국이 10% 성장률 시대로 되돌아 가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비대해진 기성 기업들에서의 일자리를 방어하는데 급급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또한 "그렇다고 해서 정치를 과거도 되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취임 100일, 빨리 끝나버린 허니문
CLSA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늘날 한국의 과제는 국가 경제가 진정한 민주주의 속에 운영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전과 같은 탑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협상과 타협'을 거치는 정치적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이런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해도 그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시민들이 당혹해 하고, 이것은 곧 낮은 지지율로 나타나면서 결국 반대파의 저항을 일깨우고 더나아가 변화를 더욱 느리게 만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페섹은 아직 MB에게 '카운트아웃'을 날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쇠고기 협상 문제 외에도 그는 야당 의원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득하는데도 별반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다수 재계 지도자들이 아직도 그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라는 주문이다.
다만 그는 "MB에게 당선후 대통령에게 주어진 밀월기간이 자신의 CEO기질 때문에 [빨리] 끝나버린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국정 운영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