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어쩐지 그간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유쾌하기보다 어딘가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고 농담 섞인 말 대신 진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굳이 극장에 와서 저희 영화를 봐달라는 말보다는 어떤 이유서라도 좀 힘을 냈으면 좋겠다”며 배우 조진웅(38)이 씁쓸하게 웃었다.
영화 ‘끝까지 간다’ 프로모션 인터뷰차 조진웅을 만나기로 한 날 뉴스에서는 또 한 차례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날 새벽 전남 장성군 효사랑 요양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 미처 대피하지 못한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였다. 더군다나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참사였다.
마주한 조진웅은 이 상황에 홍보활동을 이어가는 게 못내 죄송한지 몇 번이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애써 마음을 다잡은 후 운을 뗀 말 역시 “마음이 아프다”였다.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져 어쩐지 질문을 건네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아침에 기사를 봤어요. 왜 이렇게 연달아 사건·사고가 많은지, 빨리 좀 정리가 되어야 될텐데…. 아픈 일이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주에 부산 영화의 전당 행사 때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나라가 아픈데 영화가 찍었다고 홍보하기가 참 그렇다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힘내라는 말밖에 없어서 마음이 아프죠.”
조진웅이 새롭게 선보인 영화 ‘끝까지 간다’는 어머니의 장례식 날, 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가 실수로 사람을 치게 되고 그 사건을 목격한 정체불명의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진웅은 목격자 박창민 역을 맡아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친다.
“박창민은 ‘실수를 의도하는 인물’이라는 게 키워드였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제게 내려진 가장 큰 숙제는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 거였죠. 그래서 오버하지 않고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물론 코미디를 못했다는 점에서는 너무 아쉽죠. 저 코미디 잘할 수 있거든요(웃음). 촬영하는 동안 옆에서 정만식, 신정근 선배가 코미디 짜는 게 어찌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코미디를 하지 못한 덕(?)에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은 다른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 누가 뭐래도 조진웅은 이번 작품의 아이디어 뱅크였다.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호흡한 배우 이선균 역시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이리저리 들었던 이야기를 전달하며 능력을 추켜세우자 조진웅은 쑥스러운 듯 대번에 손사래를 쳤다.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게 아니라 그냥 솔직한 거죠. 재미없는 걸 찍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투정부리는 건 아니죠. 대안이 없는데 지적을 하는 건 말도 안 되고요. 액션도 마찬가지였고요. 화려한 액션을 보여드리지 못할 바에야 진흙탕의 끝을 달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합이 있는 건 말이 안 되고 재미도 없잖아요. 처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감독님이 그걸 깔끔하게 잘 살려주신 듯해요. 재미나고 신명나는 작업이었죠.”
사실 ‘끝까지 간다’는 현빈의 복귀작 ‘역린’과 충무로 대세 류승룡의 ‘표적’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거라 예상이 돌았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추측이었다. 베일을 벗은 영화는 평단의 극찬세례 속에 화려하게 시작을 알렸다. 어디 그뿐이랴.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는 영광도 안았다.
“고무적인 결과죠. 특히 칸에 초청된 건 더욱 그렇고요. 사실 저희가 그걸 타깃으로 만든 영화도 아니고 이 영화가 극장에만 걸어달라고 한 건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감사하기도 하고요. 사실 전 이 영화가 많은 관객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도 좀 맵기도 하고 진하기도 한 영화로요. 왜 우리가 맛집에 가면 ‘이야~ 맛있는데, 다음에 또 한 번 먹어보자’고 하잖아요. 그런 작품이었으면 해요.”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외에도 올해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회오리 바다’, ‘허삼관매혈기’,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네 편의 영화를 더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선보일 그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기다려지는 건 아마 언제나 새로운 그의 모습 때문일 거다. 비슷한 캐릭터도 비슷하게 살리는 법이 없는 이 배우의 연기는 어쩐지 영원히 소모되지 않을 듯하다.
“특별한 비법이요? 에이~ 그런 건 없어요. 그냥 그 안에서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죠(웃음). 전 언제나 공간은 배신한다고 봐요. 어느 공간이든 마찬가지죠. 공간이 배신하면 당황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캐릭터를 완전하게 만들어 놓으면 아무리 공간을 배신해도 상관없죠. 본질적인 구조만 잘 쌓았다면 나만 이 캐릭터 속으로 오면 되는 거예요. 누구나 그 사람만이 가지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그런 걸 구축해 두는 거죠.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연기해나갈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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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