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아~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좋은 친구들’ 프로모션 차 이런저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지성(37)을 보면서 종종 들었던 생각이다. 동생들(주지훈, 이광수)의 짓궂은 장난에 짜증 낼 법도 한데 늘 웃는 얼굴이다. 의도치 않게 터진 돌발 상황(?)에는 먼저 나서서 유연하게 대처한다. 상황에 따라 진중한 답을 내놓는 건 물론이고, 간간이 농을 건네며 분위기 띄우는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가까이서 마주한 지성도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쁜 일정으로 피곤에 지쳐있겠거니 했는데 시종일관 환한 미소로 대답을 이어갔다. 게다가 말을 풀어가는 조곤조곤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는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게 묘한 안정감을 줬다.
지성이 2년 만에 ‘좋은 친구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의리와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남자를 그린 범죄 드라마로 지성은 모든 것을 의심하며 진실을 쫓는 현태를 열연했다. 부모와는 등진 채 아내와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있는 그는 평범한 속에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마음에 들었던 시나리오에 참여해서 이렇게 결과물을 보니까 새로워요. 또 하나의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서 좋고 창피하지 않은 영화, 영화다운 영화에 참여해서 기쁘죠. 더군다나 현태 안에 저의 실제 모습이 조금 묻어나서 더 좋고요.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노래방 신만 봐도 제 모습이 있거든요. 저 역시 술을 먹고 해도 업되기 보다 좀 조용히 있는 편이죠. 물론 어렸을 땐 짓궂기도 했고 엄마 앞에서 신 나게 춤도 추면서 애교도 부렸지만요(웃음).”
지성은 이번 영화의 포인트를 ‘세 배우(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호흡’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범죄 드라마가 아닌 인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니 당연했다. 그리고 다행히(?) 지성, 주지훈, 이광수는 스크린 속에서 (부러울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모르긴 몰라도 세 사람이 이렇게까지 잘 지낼 수 있었던 데는 아마 다정하고 듬직한 맏형, 지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평상시에 후배들에게 엄하다기보다는 이야기 듣고 장난도 많이 쳐요. 그렇게 다 이해하다가도 정말 아니다 싶을 때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그건 아니다’고 말하죠. 물론 이번엔 주지훈 씨나 이광수 씨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촬영 끝나면 꼭 같이 술 한잔 해야 할 듯 하고 친구들하고 노는 기분이었죠. 특히 주지훈 씨의 자유로움이나 솔직함, 이광수 씨의 순수함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동생들의 이야기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그에게 이번 영화로 얻은 가장 큰 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테이블에 놓인 포스터를 가리킨다. 역시나 포스터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둔 지금이야 더 없이 좋은 친구가 됐지만, 사실 나이 차이가 있는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 위해 남모를 고충도 겪어야 했다. 바로 끊었던 술·담배를 다시 시작한 것. 배우들 간의 거리감을 없애고자 그가 선택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연기적인 이유도 내포돼 있었다.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배우 주지훈, 지성, 이광수(왼쪽부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
그래서 촬영이 모두 종료된 지금은 술·담배를 끊었느냐는 질문을 덧붙이자 그는 “무대 인사가 끝나면 곧 끊을 거다. 담배는 와이프 몰래몰래 피고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워낙에 술·담배보다 운동을 좋아하기에 큰 걱정이나 부담은 없단다.
“물론 어렵겠지만 제가 좀 쉽지 않을 걸 하는데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잘 참아요 또. 사실 이 일이 기복이 있잖아요.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제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마인드 컨트롤이 잘돼야 하죠. 저도 이십 대 때는 술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하지만 절대 술로 달래지지 않잖아요(웃음). 그걸 깨닫고 바뀐 거죠. 대신 매일 러닝을 해요. 운동은 제 자신감하고 직결돼있고 저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일이거든요. 이상하게 뛸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그 시간을 통해서 얻는 것도 되게 크고요. 스트레스도 풀고 활기도 되찾죠.”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어느덧 지성은 마흔에 가까워지고 있다. 외모만 보면 8살 어린 이광수와 동년배 같다는 말에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웃을 때 자연스럽게 잡히는 눈가 주름이 좋다”며 장난스레 미소 지었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만의 묘한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실 이십 대에서 삽십 대로 넘어갈 때는 되게 싫었어요. 이십 대가 더 좋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그때 저보다 나이 많은 제 지인이 이십 대보다 삼십 대가 더 재밌고 즐겁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겪어보니 확실히 삼십 대가 더 낫더라고요. 그러니까 자연스레 사십 대도 더 기대하게 되죠. 지금 제가 선택하는 모든 일, 제가 겪는 모든 과정 역시 사십 대를 준비하기 위함이고요. 그러니 함께 지켜봐주세요(웃음).”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안정되고 따뜻해야죠.”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