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브라운관, 스크린 할 것 없이 현역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배우는 또 다른 꿈”이라 외치며 어색한 연기를 펼친다. 물론 처음부터 배우 못지않게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민폐’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는 이들이 더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행히도(?) JYJ 박유천(28)은 전자에 속한다. 그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09)을 시작으로 ‘미스 리플리’(2011), ‘옥탑방 왕세자’(2012), ‘보고싶다’(2013), ‘쓰리데이즈’(2014) 등을 통해 줄곧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그렇기에 결단코 그의 연기력에 비판을 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아무리 잘해왔다고 한들)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등 쟁쟁한 연기파 선배 배우들 사이에 놓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거라 여겼다.
영화 ‘해무’가 베일을 벗은 후 놀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배역에 완전하게 녹아든 그는 튀기는커녕 되레 극의 완성도에도 힘을 보태고 있었다. 결과야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이젠 ‘연기하는’ 박유천 앞에 가수 겸, 혹은 JYJ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순히 연기력만으로 이런 판단을 내린 건 아니다. ‘해무’ 프로모션 인터뷰 차 마주한 박유천은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작품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진짜 배우’였다.
“선배들과 함께 봐서 굉장히 긴장한 상태로 봤죠. 더군다나 스크린으로 저를 본 건 처음이잖아요. 근데 영화 보면서 깜짝 놀란 게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신을 찍었더라고요(웃음).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촬영 당시에 너무 동식으로 있어서 촬영 중이란 사실을 잊은 거죠. 왜 내가 박유천으로 산다고 해서 평소에 ‘난 박유천이야’ 이렇게 생각하고 살진 않잖아요. 그런 기분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내가 저런 대사를 했어?’ 싶을 만큼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죠.”
박유천의 스크린 데뷔작 ‘해무’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바다 안갯속에서 밀항자를 실어 나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유천은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으로 ‘전진호’에 올랐다.
“우선은 캐릭터에 대한 끌림이 가장 컸죠. 동식의 순박함과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임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신선하고 부러웠죠. 물론 많은 선배 배우와 하는 작업이라 기대도 했고요. 평소에 대선배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쉽지 않았기에 더 해보고 싶었죠. 온전히 몰입해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의 말대로 김윤석, 문성근, 이희준, 김상호, 유승목처럼 이 바닥에서 잔뼈 굵은 배우들과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영광’이다. 하지만 툭 터놓고 말해 세(?)도 너무 센 배우들이다. 그런데 첫 영화에서부터 이들과 눈을 부라리며 연기 대결을 펼쳐야 한다니, 분명 부담이 될 터였다.
“사실 처음 뵙기 전까지는 엄청 긴장됐어요. 첫 리딩 때는 여수 사투리도 완벽하지 않아서 미칠 듯했죠(웃음). 하지만 함께 연기하면서 그런 긴장감이나 부담이 다른 부분으로 갔어요. 오히려 선배들께 직·간접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았죠. 특히 술자리에서 영화 이야기, 일상적 이야기를 나누면서 밀접도가 높아졌어요. 한적한 촬영현장도 좋은 작용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자연스레 막내 동식의 연기도 나올 수 있었죠.”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동식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제 생각을 먼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물론 별 생각없이 그냥 나온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만 열여덟의 나이에 데뷔해 흔히들 말하는 ‘가장 좋은 시절’을 너무나 바쁘게, 또 대중의 시선에 얽매여 살아왔던 그다. 그러니 행동이 앞서는 동식이 부러운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물론 직업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었겠죠.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걸 돌아가지 않고 직선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건 제가 늘 동경하는 부분이에요. 물론 연기하면서 어느 정도 털어내기도 하고요.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웃음) 확실히 이번엔 그런 부분들이 제게 위안이 됐죠. 특히 홍매와의 사랑에 있어서요. 살면서 그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싶어요. 기회가 주어져도 못하는 사랑이잖아요.”
쉴새없이 영화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에게 ‘해무’를 통해 박유천의 어떤 면을 보길 바라느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솔직히 하면, ‘배우로서 새로운 면’이라는 ‘뻔’한 답을 예상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대뜸 자신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그가 가장 듣고 싶은 평은 시간이 지난 후 ‘어머, 거기 박유천이 출연했어?’라는 말. 그만큼 영화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싶다는 바람이다.
“전 영화와 드라마가 가진 힘이 굉장히 거대하다고 생각하죠. 물론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아무리 평범한 순간이라도 모두가 겪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는 어떤 고통과 기쁨, 이런 감정을 인물로 표현하고 또 그런 가사를 음악으로 전달하죠. 그런데 분명 여기엔 큰 힘이 있어요. 그래서 이 큰 힘을 잘 만져서 정말 좋은 쪽으로 많이 쓰고 싶어요. 그런 작품과 노래를 하고 싶고요. 회의감과 안도감, 그런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 말이예요. ‘해무’처럼(웃음).”
“한예리, 강인함과 여림을 모두 가진 배우”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