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최근 세계적 부호 만수르(44)의 ‘서민 체험’이 온라인을 달궜다. 만수르는 SNS에 “지나가는 길에 자동차와 시계를 샀는데 다 해서 10억원”이라며 “이런 게 서민체험의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라는 글로 눈길을 끌었다. 많은 이들은 만수르의 짧은 글에 부자와 소시민의 차이를 절감했다. 물론 만수르의 글은 네티즌들에게 불쾌감보다는 놀라움과 재미를 안겼다.
소시민 생활을 체험한 만수르 가문의 재산은 자그마치 1000조원에 육박한다. 만수르 개인의 재산만 해도 30조원 가까이 된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발표한 2014년 전반기 세계부자에 1위로 선정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 빌게이츠(77조6720억원)보다 만수르 가문의 재력이 월등히 높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재산을 가진 것이다.
‘절대적 부호’인 만수르가 한반도에 나타났다. KBS 2TV ‘개그콘서트’ 속 코너 ‘억수르’를 통해서다. 앞서 준교수, 곤잘레스 등 익살스러운 외국인 개그를 펼친 송준근(34)이 이번에는 글로벌 갑부 만수르로 빙의해 주말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억수르’는 방송 이후 연일 화제를 모았다. 만수르와 서민의 부의 기준 차이를 유쾌한 웃음으로 승화했다. 현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웃음보를 자극했다. 억수르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친구가 길을 잃었다고 전화하자 “직진하다 보면 안방 사거리가 나오고 그러다 보면 부엌 톨게이트로 나올 것”이라며 모나리자 위에 집 약도를 그려 웃음을 자아냈다.
“저희 팀은 시청자가 예상치 못한 포인트를 잡는 데 신경을 기울이죠. 억수르는 아들을 혼낼 때도 ‘금 들고 서 있어’라고 호통을 칩니다. 또 집을 나간다는 아들의 반항에 ‘네가 과연 나갈 수 있을까’라는 말로 집 크기를 상상하게 만들죠. 억수르는 일상을 과장으로 포장하는 캐릭터로 비쳐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돈이 많은 부자일지라도 아들, 딸 때문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도 그리죠. 부모라면, 사람이라면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요.”
첫 등장부터 강한 인상을 줬던 ‘억수르’도 사실 시행착오가 많았던 코너였다. 여느 개콘 개그맨들처럼 송준근은 틈이 날 때마다 동료들과 새 코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현재 코너 속 억수르의 아들 ‘무험하다’로 등장하는 개그맨 정해철의 제안으로 ‘억수르’가 탄생했다. 이후 오나미, 김기열, 김민경의 합세로 웃음의 스케일이 더 커졌다.
“정해철 씨가 제 이국적인 이미지로 개그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마침 만수르가 화제의 인물이라 흥미가 생겼고요. 3주 정도 시험을 봤는데 반응이 별로였습니다. 제작진도 부자 개그가 분명 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커 고민했죠. 그러던 중 김기열, 오나미씨가 만든 코너도 2% 부족한 느낌으로 아슬아슬한 위기를 겪었어요. 그러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합쳐 연합군이 돼 ‘억수르’ 코너를 구성하게 된 거죠. 먹보 이미지 김민경씨도 함께 해 웃음이 배가 됐죠.”
지금까지 개그맨들은 주로 ‘결핍 요소’를 가진 캐릭터로 웃음을 끌어왔다. 예컨대 뚱뚱하거나 못생겨야 통했고 지능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강조해야 어필이 됐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억수르는 경제적 풍요 속에 사는 모자람 없는 인물이다. 차고 넘치는 재산을 과시하며 신선한 ‘부자 개그’ 콘셉트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반감이 아닌 즐거운 상상과 웃음을 안기며 새로운 개그 소재로 떠올랐다.
“부자개그가 재수 없어 보일 수도 있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데 ‘억수르’ 캐릭터가 거의 ‘신급 부자’라서 절로 배꼽을 잡게 하나 봐요. 이런 개그가 어떤 면으로 봤을 때는 허풍으로 보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억수르의 경제적 수준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라 더 재미있죠. 앞으로는 많은 분들이 원하는 ‘풍자’에 포커스를 맞추려 해요.”
‘억수르’의 본 코너명은 인물 만수르의 이름을 그대로 옮겨 온 ‘만수르’였다. 그러나 한국석유공사에서 국제석유투자회사 사장인 만수르의 이름을 코너명과 개그 소재로 한 점이 외교적 실례가 될 수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개콘 제작진은 돈이 억소리 나게 많다는 의미에 '엄청난'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억수로’를 섞어 코너명을 ‘억수르’로 변경했다. 오히려 코너명을 바꾸며 특징이 더 부각됐다는 송준근은 실제로 만수르를 만나면 인증샷을 부탁하겠다며 웃었다.
“코너명 변경에 대해 불만은 없어요. 최대한 그 분 심기를 건들이지 말아야겠다는 정도?(웃음). 오히려 ‘억수르’라는 단어에 함축적으로 저희 의도를 담을 수 있어 마음에 듭니다. 실제로 만수르를 만난다면요? 사실 만수르에게 저희 팀이 SNS 친구 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워낙 많은 분들이 요청해서인지 아직 답이 없더군요. 실제로 만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수르 분장을 하고 같이 인증샷을 찍고 싶어요.”
송준근은 29일부터 9월1일까지 진행되는 제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참가한다. 그는 이광섭, 김원효, 홍순목과 함께 ‘대박포차’ 연극 무대를 펼친다. 또 부산 KBS홀에서 진행되는 개콘 코너 ‘닭치고’와 ‘억수르’ 공연을 가진다. 여전히 스튜디오보다 스테이지가 더 편하다는 송준근은 공개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4사(KBS, MBC, SBS, tvN) 개그맨들의 기대가 커져 있습니다. 지난 1회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2회는 더 나아진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요. ‘대박포차’를 제가 연기할 수 있을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전 정말 가식이 아니라 여전히 관객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마음 깊이 울림이 있어요. 무대 위에서 웃음 주는 송준근으로 남겠습니다.”
영어 공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송준근의 영어 실력은 이미 개콘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그는 모 방송에서 토익 성적으로만 대학에 입학했다고도 밝혔다. 송준근은 언어에 대한 관심도 높고 스스로도 영어에 흥미가 있다. 인터뷰에 앞서 한차례 송준근을 잠깐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영어책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며 집중하고 있었다. 인상에 남던 장면이라 아직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영어에 관심이 많다. 언어는 계속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까. 회화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 선생님께 1대1로 과외를 받고 있어요. 1년 정도 했는데 선생님과 동갑이라서 친구하기로 했어요.(웃음) 회화 위주로 공부 중입니다. 영어 공부법은 특유의 뉘앙스 감정, 그리고 뉴스 스크립트를 보면서 읽고 외우기도 하고요. 공부할 때마다 욕심이 나요. 이제 들리기는 하는데 연음 위주로는 잘 안들리더라고요. 영어 실력이 좋아 보인다고요?(웃음) 어렸을 때 1년 간 미국 텍사스에 있었던 게 참 컸어요. 이민까지 결심하고 가족끼리 떠난 거였죠. 아버지의 일 때문에 미국 이주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현지 적응이 잘 안돼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아무튼 어린 나이에 배운 습득력이 지금의 실력이 되는 바탕이 됐고요. 지금은 평범하게 외국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실력 정도예요. 영어 선생님과 꾸준하게 공부해서 실력을 쑥쑥 키워야죠."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