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한화생명 아시아나 등 전문 CEO 내세워 돌파구
왼쪽부터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ㆍ해양ㆍ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했다.
지속적인 수주부진과 저가수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자 2000년대 현대중공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 회장을 다시 불러 들인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3.2% 줄었으며, 올 상반기에는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최길선 신임 회장은 세계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에서 37년을 근무한 조선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최 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옛 현대그룹이 조선소 설립을 추진할 때인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으며, 2009년 퇴사할 때까지 한라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중공업 사장을 모두 역임했다.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조선협회장(현 조선해양플랜트협회)직과 플랜트 협회장직을 함께 맡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는 지난 2사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취해진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그룹도 그룹의 양대축인 금융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생명을 살리기 위해 금융 전문가를 긴급 투입했다. 한화그룹은 전날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을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에 내정했다.
올 정기인사가 있은지 4개월만에 급작스럽게 이뤄진 인사로, 실적부진과 구조조정 등 한화생명이 처한 위기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김 부회장에 대한 인사를 확정하려면 임시주총까지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단일 인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주총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김 부회장은 1999년부터 3년간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내며 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보험) 인수를 진두지휘했으며, 2002년 한화증권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보험과 증권을 아우르는 한화금융네트워크를 완성하는데 공을 세웠다.
지난해 4월부터는 그룹 비상경영실장을 맡아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전직 지원 등을 통해 3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역마진 확대와 성장성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오는 9월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실적부진과 구조조정 등 한화생명의 상황이 좋지 않고, 전망도 밝지 않다”며 “금융 전문가인 김 부회장의 리더십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여객기 사고와 실적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올 초 저가항공사 출신의 김수천 사장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며, 한진해운도 조양호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석태수 전 한진 사장이 투입돼 위기극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불황으로 대기업들의 실적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과거 잘 나갈 때 기업을 이끌었던 경영자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면서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전문가이거나 오너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