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의 주인공 에이미를 통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 로자먼드 파이크 [사진=AP/뉴시스] |
데이빗 핀처 감독의 화제작 ‘나를 찾아줘’에서 에이미는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 캐릭터다. 물론 그의 남편 닉(벤 애플렉)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의 끝과 마지막을 책임지는 인물은 에이미다. 변화무쌍한 심리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거듭하는 에이미는 영화 ‘나를 찾아줘’ 속 이야기 그 자체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최근 뉴스핌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나를 찾아줘’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원작소설에 대한 감상, 그리고 내로라하는 인물들과 함께 한 작업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우선 길리언 플린의 원작소설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행복한 결혼생활의 이면을 어둡고 날카롭게 파헤쳤더군요. 곧바로 빠져들었죠. 무엇보다 결혼이 사기로 묘사된 것이 흥미로웠어요. 누구나 타인에게 어떤 이미지를 팔고 있다는 개념이 절 단번에 사로잡았죠.”
지난해 1월 '잭 리처' 홍보차 서울을 찾았던 로자먼드 파이크 [사진=뉴스핌DB] |
“에이미는 정말 놀라워요. 극중에서 그가 항상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저를 매혹시켰죠. 모두를 속여야 하는 에이미의 인생은 배우와 똑같아요. 에이미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에요. 특히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겉으로 보는 것과 전부 다르단 점을 배우로서 늘 인지해야 했죠. 상상만 해도 땀이 나네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로자먼드 파이크. 그가 택한 에이미는 배우로서 힘든 도전인 동시에 매혹적인 유혹이었다.
“에이미를 연기하면서 여성의 뇌에 분명 색다른 측면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저도 여자인데 지금껏 몰랐죠. 여성은 남성과 달라요. 에이미가 한 공간에서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자신을 연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여성만 가능하단 게 제 결론이에요. 그걸 에이미를 연기하면서 비로소 깨달았죠.”
데이빗 핀처가 로자먼드 파이크만이 연기할 수 있다고 극찬한 '나를 찾아줘' 속 에이미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에이미는 느긋하고 섹시하지만 내면엔 전혀 다른 자아가 요동쳐요. 현대인도 똑같죠.? 우리 대부분이 자신의 이미지를 편집하며 살아가잖아요. 에이미는 단지 닉에게만 ‘꿈에 그리던 여자’가 아니에요. 모든 남자에게 ‘꿈에 그리던 여자’였고 항상 그런 여자로 인식될 수 있도록 최대한 연기를 거듭해요. 파고들수록 정말 소름끼치는 캐릭터였죠.”
데이빗 핀처 감독이나 상대역 벤 애플렉은 로자먼드 파이크만이 에이미를 연기할 수 있을 거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에이미를 연기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한을 요구했다. 그는 모든 걸 극복한 공을 감독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돌렸다.
“닉과 에이미의 결혼생활은 마치 양파처럼 껍질을 벗길수록 새로운 속내가 드러나요. 이런 점이 무척 어려웠죠. 하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과의 작업이었기에 힘든 와중에도 큰 보람을 느꼈어요. 감독은 심리적인 관찰에 있어 정말로 뛰어나요. 굉장히 섬세하죠. 그리고 모든 면을 구석구석 파헤치기 때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느낌을 줘요. 그런 감독을 보면 배우는 당연히 알아서 움직이게 되죠. 같이 연기한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고맙죠. 특히 제 섬뜩한 캐릭터를 받아준 벤 애플렉에게 감사해요.”
지난 9월 로마에서 열린 '나를 찾아줘' 프리미어에서 포즈를 취한 로자먼드 파이크 [사진=AP/뉴시스] |
“에이미는 분명 특별한 도전이었고, 제게 많은 것을 남겨준 캐릭터에요. 하지만 뭔가 이뤘다고 안도하긴 일러요. 아직 갈 길이 멀거든요. 사실 스스로 연기에 만졸할 날이 죽기 전까지 올까 싶어요. 제게 있어 배우는, 숨이 멎는 날까지 발전해야 하는 고독하고 힘든 직업이거든요. 당연히 다음엔 좀 더 높이 올라가야죠.”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