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똑같은 사람인데 똑같은 취급 좀 받으면 어때? 전과자는 나쁘고 전과 없는 사람은 좋고. 꼭 그렇게 사람을 나눠야 돼? 일반인들이 갖는 상식? 그건 상식이 아니라 편견이야. 편견이 진짜 사람 잡는 거야.”
삼류 인생의 삶을 그린 드라마 JTBC ‘유나의 거리’ 최종회의 한 장면이다. 변칠복(김영웅)은 자신은 범죄자도 아닌데 그런 취급을 받는 게 싫다며 유나(김옥빈)와 창만(이희준)이 운영하는 소매치기, 전과자를 우대하는 '도란도란' 도시락 회사에 동참하는 것을 꺼렸다. 이에 그의 아내 엄혜숙(김은수)이 답답해하며 열변을 토했다. 이는 '유나의 거리'의 명대사이자 사회의 편견에 대한 일침이었다.
‘유나의 거리’는 소매치기범인 유나를 중심으로 초라한 삶을 사는 이들을 품은 이야기였다. 편견을 꼬집는 대사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전하며 힐링을 선사했다. 그 결과 지난 11일 시청률 3.2%를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자판 ‘서울의 달’이라고 불리며 김운경 작가의 회심작 ‘유나의 거리’는 그렇게 따뜻하게 마무리됐다.
극중 김옥빈은 소매치기범 유나로 변신해 ‘노는 언니’의 의리, 사랑을 제대로 보였다. 그는 6개월간 유나로 시청자와 폭넓게 소통했다.
50부작을 달린 ‘유나의 거리’를 마친 소감에 대해 김옥빈(28)은 “속 시원히 잘 끝냈다. 다행히 체력적인 문제도 없었고 그 흔한 감기나 두통 없이 잘 견뎌냈다”며 뿌듯해 했다. 밤샘 작업이 많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김옥빈은 지칠 때마다 스스로를 달랬다. 촬영장과 집만 오간 7개월의 시간 동안 김옥빈은 시청자에게 유나를 통해 전해야 할 삶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며 성장했다.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11월까지 계속 ‘유나의 거리’와 함께 했죠. 그러다보니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뿐이었어요. 제 고향이 전라도인데 촬영을 해야하니까 고향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었어요. 문제는 이게 내일도 모레도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그러다 새벽에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와 통화를 했어요. 친구가 ‘너에게 분명히 남는 일이다.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다’라고 응원해 주더라고요. 침구의 말을 듣고 제 일에서 오는 회의가 회복됐죠. 대사를 외우고 체득해서 창조적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친구의 조언을 듣고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이 속에서 행복을 찾자.”
2005년 영화 ‘여고괴담 :목소리’로 데뷔한 이후 영화 ‘박쥐’(2009) ‘여배우들’(2009) 등에 출연하며 주로 스크린 누볐던 배우 김옥빈은 ‘유나의 거리’가 4번째 드라마다. 그가 ‘유나의 거리’로 관객이 아닌 시청자와 만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님, 임태우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시놉시스를 읽는데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다’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저의 연기력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확신도 들었고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극중 배역들의 캐릭터예요. 비현실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최근 작품 속 비범한 캐릭터들에 질렸던 참이었거든요. 사실 살펴보면 일상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밥을 먹거나 숨을 쉬거나 일하는 것까지 다 포함해서요. 이 속에서 웃음과 눈물을 발견할 수 있죠. 일상의 따뜻함을 담은 ‘유나의 거리’는 조미료 없이도 진국을 만든 작품이었어요. 평범한 삶을 그리지만 그 속에 의미까지 담아낸 작품이었으니까요. 이러니 반할 수밖에요.”
‘유나의 거리’는 사회에서 소외 받은 이들의 이면을 그리며 세상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범죄자 혹은 직업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편견을 건드렸다. 그러나 이들도 사실 평범하고, 누구나 겪는 고민과 애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편견이 가진 날카로움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청자에 깨달음과 힐링을 선사한 것과 다름없다.
극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자 소매치기범 유나(김옥빈)을 중심으로 전직 깡패 두목 장노인(정종준), 한만복(이문식), 꽃뱀 김미선(서유정) 등이 사는 다세대 주택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창만(이희준)이 들어오면서 변화가 시작된다. 이후 이들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다독이며 함께 헤쳐 나간다. ‘유나의 거리’는 자극적인 요소 없이 정통 드라마의 방식을 따랐고 이야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렸다. 유나로 7개월을 산 김옥빈은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배웠다고 했다.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크게 느꼈어요. 단순하게 사람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어요. 오늘 착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단정 지을 수 없고 해를 끼쳤다고해서 나쁜 사람으로 치부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한 번 실수한 것을 놓고 용서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기회를 줘야 해요. 누구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내일을 그리잖아요. 그리고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나요? 이를 알려준 ‘유나의 거리’는 저에겐 멘토같은 작품이죠.”
“드라마를 끝내고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성격이 밝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말도 많아지고 넉살도 좋아졌다고요.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드라마를 해서인지 저도 열린 마음으로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에서 가족같은 선배, 후배, 동료들을 만나서 촬영하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참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작품을 통해 저를 많이 돌아보게됐어요. 앞으로 펼쳐질 제 삶을 생각해본다면 발길이 닿는 대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제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고 구속하지 않고서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