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잇단 유찰에 재매각 공고 '신중'
재기 가능성 작고 M&A 열기 떨어져 청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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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STX건설과 삼부토건 등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중견 건설사들이 파산의 갈림길에 섰다.
자체적인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기업 회생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및 기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들 건설사가 청산에 들어가면 건설사 인수합병 시장이 크게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일 부동산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TX건설과 삼부토건의 향후 M&A 매각공고 일정을 결정하지 못했다.
매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M&A가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법원 측은 회생보다는 파산을 결정하는 게 실익이 큰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법정관리 이후 적자가 계속돼 부채는 늘고 자산은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만약 파산이 선고되면 기업의 자산을 매각한 후 그 금액을 회생채권자 등에게 배분한다.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일각에선 현재 매각이 추진 중인 STX건설과 삼부토건 등의 매각공고가 늦어도 내달 진행될 것이란 얘기가 있으나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지금은 매각 성사 가능성, 잔존가치, 청산 실익 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서울지법이 건설사 M&A 매각에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주인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STX건설은 청산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진행한 2차례 매각이 불발됐다. 지난 7월 진행한 매각에는 예비입찰에 8곳이 참여했으나 정작 본입찰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견된 게 주요 이유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3년 넘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자체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작년 말 공사 수주잔액은 2084억원으로 전년동기(5590억원)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도 1654억원에서 1021억원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매출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한 회사 관계자는 “STX건설이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추가로 손실이 예상돼 200억원대 매각가는 비싸다고 판단했다”며 “실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 회생에 대한 가능성이 높지 않아 매각가를 크게 낮추지 않는다면 다시 매각공고가 나와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부토건은 STX건설보다는 상황이 조금 낫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청산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꼽힌다. 이 회사도 앞서 2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사실상 '건설그룹'인 만큼 부실 계열사들도 많아 '몸집 줄이기'가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채권단은 계열사인 삼부건설공업과 신라밀레니엄을 먼저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계열사도 적당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삼부건설공업은 2차례 매각이 불발됐고 3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선 희망의 시선도 있다. 삼부토건 노조 김영석 사무국장은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삼부건설공업을 매각하면 유동성 문제에 숨통이 트인다"며 "향후 기업매각을 다시 추진하겠지만, 자체적인 기업 정상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STX건설은 자산 급감과 수주잔액 고갈, 삼부토건은 최근 5년 넘게 이어진 영업손실 등으로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태”라며 “한 차례 정도 매각 기회가 생길 수 있겠지만 사모펀드(PEF)와 중견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