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찬미 기자]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대신 전세매물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갭투자자나 새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대출금을 마련해야 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게 어렵게 되자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대출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4405건으로 하락세로 전환한 반면 전세 거래량은 꾸준히 증가해 1만754건을 기록했다.
2010년대 들어 서울지역 주택임대차 시장은 전세는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저금리가 이어지자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해서다. 지난 2015년 8월 전세 거래량은 8711건으로 줄고 월세 거래량은 4666건으로 늘었다. 차이는 65대 35이었다.
하지만 이후 주택공급이 늘어나며 전세 비중이 커졌다. 올해 8월 기준 전·월세 거래량은 각각 9363건, 3005건을 기록하면서 차이는 75대 25로 벌어졌다.
이처럼 월세가 줄고 전세거래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입주물량 증가 때문이다.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대출금의 부족분을 세입자 전세보증금으로 마련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특히 올해는 2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대거 입주를 시작하면서 입주자들이 아파트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에서 올해 입주물량이 많아 입주물량 과다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물량이 증가한 것"이라며 "2년 전 분양한 집들이 대거 입주를 앞둔 상황에 대출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전세 매물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도 전세를 늘린 원인으로 꼽힌다. 갭투자는 주택의 매맷가와 전셋가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적어야 적은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만큼 이들 갭투자 수요도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
다만 이들도 금융권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월세를 반전세로 돌리거나 반전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매매가를 낮춰 팔지 않고 전세를 놔서 대출을 줄이면 주택을 계속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갭투자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증가한 것"이라며 "매매거래는 줄었지만 이미 갭투자 한 사람들은 재계약기간이 될 때 대출규제 영향으로 전세보증금을 활용하기 위해 전세비중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간 새로운 부동산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전세물량이 두드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대출 압박에 나서면 주택을 차마 팔지 못하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대출자금을 대신할 전세에 더 몰릴 수 있어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앞으로 1~2년은 전세매물이 더 나올 것이지만 전세가격은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인 전세 수요는 크게 빠질 수 있어서 역전세난에 대비해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역전세난이 일어나면 갭투자의 경우 세입자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깡통전세와 깡통주택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된 정부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