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삼풍, 목동 신시가지 등 안전진단 미통과 단지 매물 급증
강남도 투자 불확실성에 매수세 줄어..추가 조정 발생할 듯
[뉴스핌=이동훈 기자] 정부가 주택 재건축의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자 ‘씨’가 말랐던 강남권 30년차 이상 재건축 기대 단지 매물이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초기 단계 규제 강화로 인해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이렇다 보니 입주 30년차를 넘은 재건축 예상 아파트를 보유자가 가운데 집값 하락을 예상하고 집 처분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택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도하려는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1988년 준공해 올해로 30년을 맞아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진단이 강화돼 재건축 추진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이렇다 보니 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매물 50여건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교대역 주변 P공인 사장은 “안전진단 강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대표 단지로 부각되자 씨가 말랐던 매물이 최근 급증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2년새 매맷값이 3억~4억원 오른 데다 재건축 추진이 막히면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평가에 투자로 접근한 집주인이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매물의 매도 호가는 전달에 비해 1000만~2000만원 낮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늘어나고 있다.<사진=이동훈기자> |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직격탄을 맞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 아파트도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 1~14단지의 아파트 매물이 전달보다 10% 정도 늘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집주인은 실거주자보단 투자수요가 대부분이다. 단기 고점이란 예측에 집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안전에 위험이 있을 때만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방안'으로 목동 일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재건축 연한(30년) 도래 단지 중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10만3822가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노원구(8761가구), 강동구(8458가구), 송파구(8263가구), 영등포구(8126가구) 순이다.
목동역 앞 A공인 실장은 “건축연한 30년을 거의 채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직전 터진 안전진단 강화로 된서리를 맞았다”며 “재건축 추진을 생각하고 투자했던 집주인들이 전달보다 1000만~2000만원 낮춘 가격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들이 단체 행동으로 이번 규제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들의 주장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라며 “재건축 진행이 어렵다는 결정이 나오면 집값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과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5차를 비롯한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강남 아파트도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끼어 투자문의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매수세가 줄어 매도호가가 전달대비 2000만~3000만원 조정을 받고 있다.
당분간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단지의 집값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재건축 시점을 가늠하기 어랴워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가 잇달아 부동산 규제방안을 내놓은 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여건이 악화하는 것도 관망세가 퍼지는 이유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사업성이 불안해지자 실망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매수세보다 매물이 늘어난 상황에서 보유세 강화도 예정돼 집값이 일부 조정될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