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선박 대형화에서 뒤처져...대형선박 필요"
컨선 20척 발주 추진 중...2020년부터 순차적 인도
"안전이 제일 중요...선원들에게 여유 강조"
[싱가포르‧포트클랑<말레이시아>=뉴스핌] 유수진 기자 = "선박 대형화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겁니다. 그러니 현대상선도 서둘러 대형선박을 지어 글로벌 선사들과 같이 경쟁해야 합니다. 속도경쟁이 중요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홍태환 현대포스호 선장. [사진=유수진 기자] 2018. 06. 20 ussu@newspim.com |
홍태환 현대포스호 선장은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선박 대형화'를 강조했다. 급격한 유가상승으로 선사간 속도경쟁이 불가능해진 만큼, 대형선박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1987년 처음 배에 오른 이후 1996년부터 키를 잡아온, 23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이다.
홍 선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출항해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으로 향하던 현대상선 8600TEU급 컨테이너선 포스(FORCE)호 선교(브릿지)에서 이뤄졌다. 그는 지난 32년간 배를 타며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솔직하면서도 소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홍 선장은 배를 타다 보면 현대상선이 과거에 비해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고 털어놓았다. 선박 크기를 통해서다. 그는 "8~9년 전에 8600TEU급 컨테이너선을 타고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면 주변에 우리보다 큰 배가 거의 없었다"면서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 배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1만3000TEU급을 새로 지어 유럽 서비스를 하는데 다른 선사들의 배가 이미 우리 배 크기와 같았다"면서 "이는 대형화 추세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미 1만8000TEU급 선박을 운영하는 글로벌 선사가 많지 않느냐"며 "2020년에 반드시 대형선박 인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현대상선은 현재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초대형 선박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2만3000TEU급 12척과 1만4000TEU급 8척 등 컨테이너선 총 20척이다. 지난 4월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워 선복량 100만TEU 이상의 글로벌 선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은 이달 초 2만3000TEU급은 대우조선해양(7척)과 삼성중공업(5척)에, 1만4000TEU급 8척은 현대중공업에 각각 건조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최근 각 조선사들과 건조계약체결의향서에 서명했고, 세부사항 협의와 건조계약도 서둘러 마무리할 예정이다. 발주한 선박들을 오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는 게 목표다.
싱가포르항에서 출발한 현대상선의 8600TEU급 컨테이너선 포스호가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2018.06.20 ussu@newspim.com |
홍 선장은 선사들 사이에서 속도경쟁이 사라진 배경으로 유가상승을 지목했다. 유류 가격이 저렴할 땐 속도를 가장 우선시했지만 유가가 껑충 뛴 이후 경제적으로 배를 운영하기 위해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 선박이 두 배 커진다고 해서 기름이 두 배로 들어가진 않으니 너도나도 규모를 확대해 운송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는 "배를 대형화 시키면 기름이 덜 들어가 경제적"이라면서 "속도를 올리면 기름이 정비례 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 이상 속도경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경우 일반적으로 속력을 2배 올리면 연료는 2의 세제곱인 8배 소모된다.
홍 선장에게 운항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 묻자 망설임 없이 '안전'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일을 매번 잘하더라도 한번 실수해서 누군가가 다치게 되면 다 소용이 없다"며 "당연히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원들에게 여유를 당부한다고도 부연했다. 빨리 가려고 서두르다간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홍 선장은 "너무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여유를 가지라고 강조한다"면서 "여유가 있으면 한 번 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밤과 다음날 새벽 해상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하지만 홍 선장이 키를 잡은 포스호는 예정된 일정에 맞춰 안전하고 여유있게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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