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통일문화정책포럼 '남북 문학 및 언어교류의 방향' 개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향후 남북 간 문학교류를 위해서는 인적 세대교체 뿐 아니라 콘텐츠 세대교체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균관대학교 김성수 교수는 1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에서 진행된 제4차 통일문화정책포럼 '남북 문학 및 언어교류의 방향'에 참석해 "황석영, 고은, 문익환 시대까지는 민족과 통일, 계급, 노동과 관련한 담론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현 2030세대는 이에 관심이 없다. 통일보다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최한 제4차 통일문화정책포럼에는 광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명철 교수와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 한용운 등도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1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이서 제4차통일문화정책포럼 '남북 문학 및 언어교류의 방향'에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 김성수 성균관대학교 교수, 박영정 한문화관광연구 문화연구본부장, 고명철 광운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가 참석했다. |
김 교수는 콘텐츠의 세대 교체를 위해선 특히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0명의 월북 작가·예술인·시인의 활동이 1987년 복원됐다. 이전까지 그들의 작품은 교과서에서도 제외됐다. 한 마디로 '뺄셈 역사'였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같은 상황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평양에서는 남측과 친한 작가들이 외면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문학 검열은 독자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책자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보위부와 국정원이 이를 담당했는데, 그들은 전문성이 없다. 그래서 틀린 게 많아 수정은 후손이 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결론은 남과 북은 상대방이 자랑하는 문화를 치켜세우는 방식으로 콘텐츠 교류와 적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북 문인들의 합작품인 통일문학선집도 '종이'와 같은 아날로그 콘텐츠가 아닌 웹진이나 유튜브 영상 게재와 같이 디지털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2003년 남북 작가가 모여 통일문학선집을 냈는데 40만건이 넘어 배포되지 않았다. CD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폐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디지털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에는 남측 작가 중심에 북한 작품을 흡수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북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는 일방적인 방식이었던 거다. 이제는 서로의 잘하는 문학을 내세워 진행하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유튜브나 구글에 띄워보자는 거다. 이 콘텐츠의 선택 역시 독자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북한에는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 디지털방식을 이어갈 수 없다는 시선에 대해 "그러면 다시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작업밖에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도 남북 간 콘텐츠 교류를 이어갈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바라봤다. 그는 "휴민트(Humint, 정보원)가 문제다. 젊은 세대가 이끌지 않으면, 또다시 올드보이들이 나타나 옛날 이야기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이제 2030세대가 담론을 주도하고 사업을 주도하도록 후속작업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고명철 교수 역시 젊은 세대가 주축이 돼 문학 교류를 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에 백남청, 시인 안도현이 포함됐다. 대중 예술계에서는 지코와 에일리가 이름을 올렸는데 1990년대 이후 활동한 문인들의 목소리가 발화되지 않았다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향후 민족문화협회를 복원하는 것에 만족을 그치지 않고 남북의 속 깊은 내면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두 측이 상대 내면의 풍경을 만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만나야 한다. 화쟁적으로 싸워야 한다"며 "겨레말큰사전 사업처럼 문학 연구 역시 남북공동연구 기관이 함께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89hklee@newspim.com